드디어 청소 도구를 사러 갔다. 망사 수세미, 세제가 들어있는 수세미, 변기 수세미 등을 샀다. 다 사고 보니 수세미를 많이 샀다.
그러고 보니 세제를 안 샀다. 구연산, 과탄산, 베이킹소다, 식초, 락스, 뿌리는 락스. 없는 게 없는데도 뭔가를 사야 할 것 같았다. 세제 대신 세제 넣을 분무기를 샀다. 구연산 넣을 분무기는 달복이가 사다 줬다.
핸드폰을 보며 게임 연구를 하던 달복이게 구연산 사용 방법도 연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친절한 달복이는 단 한 번의 물음으로 끝내버렸다. 그러곤 계속 게임 연구를 하고 있었다. 나라면 네이버 블로그 이곳저곳을 기웃대며 한참 방법을 찾았을 텐데, 요즘 아이들은 쳇지피티에게 간단하게 물어본다. 한 마디면 끝난다. 분무기에 구연산 두 숟가락에 물 500밀리리터를 넣고 뿌리면 된다고 했다.
분무기는 엄청 크다. 작은 걸 사 오면 물을 250 넣고 구연산을 한 숟가락 넣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달복이가 사 온 분무기는 600밀리 리터라고 했다. 크기를 확인하고 물 500밀리리터가 들어가는 것으로 고심해서 골랐다고 한다.
비닐봉지 하나 가득 청소 도구를 챙겨 퇴근했다. 봉지는 크기에 비해 가뿐했다. 그러나 화장실 청소의 부담이 잔뜩 들어 있었다. ‘괜히 시작했나, 그냥 대충 살아도 되는데.’ 그런 후회도 한 줌 담겨 있었다.
화장실 청소를 하면 과연 근심이 해소될까? 마음의 부담만 더해지는 건 아닐까? 그걸 꼭 하고 살아야 할까? 피하고 싶지만 피하지 않기로 한 나는 퇴근 후 다시 세면대를 닦았을까, 안 닦았을까.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4’ <해우소>는
화장실 청소를 하자는 나와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