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 같은 곳을 본다. 부추 옆에 손수 심은 설악초 환한 꽃을 보며 내 생각을 했다는 남편, 설악초 꽃 사진을 찍을 뻔했단다. 예쁜 것 보면 못 참는 아내가 어련히 알아서 사진을 찍었을까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다 말았단다. 날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 꽃이 예뻤다는 그. 먹는 풀만 중히 여기는 남편이 꽃을 보고 예쁘다고 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 같은 곳을 바라본다. 둘이 손을 꼭 붙잡고 나란히 서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의 시선이 겹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도 같은 날 같은 시간대 똑같은 것을 보고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교환한다.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는데 보는 눈도 닮아가나 보다.
출근 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화단은 하루의 활력을 숨으로 받아들이는 곳이다. 차 문을 닫고 잠금 버튼을 누르고 돌아서 잠시 눈길을 준 화단에서 나를 반겨준 건 부추다.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는 부추의 꽃봉오리, 곧 하얀 별꽃을 터뜨릴 것 같이 빵빵하다. 기다란 초록 줄기를 따라간 시선이 꽃봉오리 끝에 한참 머물렀다. 한 발 다가가 가만 보니 까만 점박이 하얀 나비가 날개를 접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다른 나비들을 사람 기척을 알아채고 펄펄 날갯짓을 하는데, 겁 없는 흰나비 한 마리만이 꼼짝 않고 있으니, 꾸벅꾸벅 부추꽃 향에 취해 아침부터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건가 하였다. 그 모습이 예뻐서 나비가 깨기 전에 얼른 사진을 찍었다. 떨리는 내 손 때문에 사진 하나가 흔들려 흐릿했다. 늘씬한 부추의 보송보송 포근한 하얀 요람이 바람에 가만히 흔들려 또 한 번 뿌연 사진이 담겼다. 핸드폰 사진기를 든 손이 움직이지 말라고 숨을 참아가며 바람이 멈춰 건들거리는 잎이 가만히 정지하기를 기다렸다. 그 와중에도 나비는 세상모르고 꽃봉오리에 붙어 있다. 잘도 잔다 아기 나비. 자는 거 맞겠지? 아기 나비 맞겠지?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곧 하얀 부추 꽃이 피면 나비는 더 신나 하겠지?
부추 하얀 꽃봉오리를 보며 설렜다. 잠자는 나비를 보고 더 설렜다. 하얀 부추 꽃을 기다리는 마음이 나풀나풀 날갯짓이 되어 가슴을 간질였다.
출근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탁자 위에 올려진 부추 다발이었다. 남편이 손수 뜯어와 올려놓았음이 분명한 건강한 부추였다. 서로 다른 우리는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나는 꽃이 피겠구나 기대 만발이었고, 남편은 꽃이 피기 전에 얼른 뜯어먹어야겠구나 생각했겠지.
흥.
다다다 남편에게 달려가는 길, 마당 바닥에 처참하게 버려진 부추의 잔해들이 보였다. 작은 마당 한쪽에서 부추 손질을 한 것이 분명했다. 하얀 꽃봉오리 매단 시들시들한 부추 줄기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부추 얘기는 쏙 빼고 모닝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그런데 남편은 부추 뜯어서 아내의 탁자에 가져다준 스스로가 기특한가 보았다.
“내가 부추 뜯어서 탁자에 올려놨는데 봤어?”
‘잘했지?’라고 눈짓으로 몸짓으로 기쁨으로 표현하는 남편이었다.
흥.
“부추 꽃봉오리에 나비가 앉아 자고 있길래 이뻐서 사진도 찍었는데. 꽃 피면 예쁜데.”
내가 퉁명스럽게 얘기하자, 남편은 그런다.
“나비가 앉은 걸 보면 나는 어디에 알을 낳는가 하는데.”
헉! 아기 나비 아니었을까? 알 낳는 엄마 나비였을까? 알 낳기 전에 쫒아야 했을까? 가을배추 농사를 지을 때 매미체를 들고 다니며,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손으로 잡아가며 배추를 지켰던 남편의 수고를 기억하는 나는 엄마 나비가 알을 낳았으면 어쩌나 조금 걱정이 되었다.
남편이 사랑으로 키워 뜯어온 부추를 차마 외면하지는 못했다. 말라서 누렇게 변한 잎은 떼어 버리고 늘씬한 초록의 줄기와 잎을 하나하나 골라가며 씻었다. 물기를 탁탁 털어 도마에 가지런히 놓고 식칼로 곱게 잘랐다. 빈 그릇에 한 줌의 부추를 놓고 이것으로 무얼 할까, 뭘 넣고 무칠까 고민하다, 추어탕 고명으로 듬뿍 얹었다. 남편과 마주 보고 앉아 추어탕에 맛있게 밥을 말아먹었다. 부추향이 그득한 추어탕이었다.
먹는 식물도 꽃이 핀다. 부추꽃도 예쁜데... 설악초 환한 꽃처럼 남편도 부추꽃이 예뻐지는 날이 올까? 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것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한다면? 부추를 심어 뜯어 먹지는 않고 부부가 쌍으로 꽃구경만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문제이기는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