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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하는 삶이란

먹을 것

by 눈항아리

나를 위하는 삶을 살자.


삶을 사랑하기 위해 사과 하나를 깎아 먹었다. 나를 위한다는 게 고작 먹는 것이라니, 원초적이라서 웃음이 난다.


먹는 건 건강과 직결되고 건강은 나에게 최우선이니까 어쩔 수 없다. 먹는 것 말고도 많은 것들이 있겠으나 나는 먹보이니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먹는 것인 게다. 그런데 먹는 것 하나로 자주 기분이 상한다. 밥통에 밥을 다 푸고 내 밥 한 그릇이 모자라면 유치하지만 기분이 상한다. 누가 밥을 더 퍼먹은 것도 아닌데 그냥 모자란 밥이 원망스럽고 삶이 야속하다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 자주 나를 위한 먹거리를 대령하자.


간식으로 과자나 다른 단 것을 먹느니 평소 잘 안 먹게 되는 과일을 챙겨 먹자. 간식의 질을 높여보자. 고작 사과 한 알에 무슨 건강 운운할 수 있겠는가 하겠지만, 물 한 모금도 건조한 식물에게 생명수가 되는 법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물도 잘 안 마신다.


과일은 싫다. 손에 과즙이 묻어서 싫다. 그나마 먹는 것이 사과인데 사과는 껍질이 싫다. 껍질을 깎으려면 칼을 들고 손 더럽힐 각오를 해야 한다. 사과를 씻고 반을 자르고 또 반을 자른다. 씨앗과 꼭지 부분 그리고 반대쪽 거뭇한 사과 털을 도려내고 껍질을 깎아야 한다. 혼자 먹는 것이니 빠르게, 껍질에 과육이 많이 붙어 베어진다. 남편이 보았다면 한 소리 하고도 남았을 아까운 사과의 속살들. 그러나 그런 잔소리를 삼키며 내 뱃속에 얼른 사과를 넣겠다는 열정으로 속력을 냈다. 나는 스피드를 즐긴다. 한 입 크기로 잘라 놓은 사과를 입에 쏙쏙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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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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