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쬐자.
종일 햇살을 마주하고 있지만 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창가에 앉아 햇살을 맞는 것은 창가에 앉은 사람들의 몫이다. 남향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피해 커튼을 모두 닫고 은은한 빛을 즐기는 사람들. 번쩍이는 빛을 피해 블라인드를 탁자 아래까지 내리고 따뜻함을 향유하는 사람들. 땀이 나는 여름 더위에는 피하고 싶은 일 순위 자리건만. 겨울은 진정 태양의 따뜻함을 즐기고 싶은 계절이다.
나는 종일 전기 조명빛 아래에서 커피 잔 하나를 들고 손을 녹이며 앉아있다. 햇살을 쬐려면 창가에 서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내부 조명을 쬐며 매일 보내는 나는 진짜 햇살을 마주하고 싶다. 창문을 통과하는 빛 말고 태양과 나 일 대 일의 대결구도와 같은 상황 연출을 원한다. 정면 대결, 승부, 마주침, 그것이 무엇이든 겨울의 태양을 쬐고 싶다. 겨울의 태양은 더 간절한 법이니까.
그저 받아들임이 아닌 현관문을 열고 나가고 싶은 것이다. 문을 열고 한 발 내딛기만 하면 찬기를 가득 품은 겨울바람 속 아련한 햇살을 한 아름 안을 수 있을 텐데. 그런 마음을 품은 나를 위해, 나를 사랑하기 위해 햇살 한 줌을 선물하기로 했다. 나를 위한다니 왠지 또 기분이 좋다. 햇살 한 줌이 뭐라고, 대단한 것도 아닌데 왜 들뜬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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