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기말시험의 무게

by 눈항아리

중 2 아들 복이의 기말시험 기간이었다. 오전에 시험 두 과목 정도를 보고 학교에서 주는 밥을 먹고 하교를 한다고 했다. 그 후에는 아마도 다음 날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겠지?


“공부 다 했어요.”


복이는 그렇게 홀가분하게 훌훌 털고 날아갈 듯 말했다. 시험 전 주말이었지 아마도? 시험은 많은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아이는 공부의 무게를 이겨내느라 그렇게 말한 것이겠지. 주말부터 그랬으니 얼마나 맘고생이 심할까.


그러나 나는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겠다. 어찌 공부를 다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나의 상식선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믿는 단호한 아들의 말에 가타부타 말을 보태지 않았다. 내 공부인가? 아들의 공부이고 아들의 시험이다.


그저 하는 말이겠지, 완벽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했다.


누구에게나 시험의 무게는 남다른 법이다. 아이도 그걸 안다. 그리고 무게를 덜어내는 아이의 노력은 공부를 다 했다는 말뿐이 아니었다. 나는 카톡으로 날아온 카드 승인 문자를 보고 시험을 볼수록 시험의 무게가 가벼워짐을 알아챘다.


12월 1일 시험 첫날, 카톡이 날아왔다.

카드 승인 1500원, 모 PC방.

모 PC방에서 시험의 여독을 풀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뭐 한 시간 정도야. 시험공부도 다 했다는데 뭐.


12월 2일 시험 둘째 날, 아이의 하교 즈음 카톡이 날아왔다. 카드 승인 4000원, 모 PC방.

모 PC방에서 결제한 내역이 바로 나에게로 날아왔다. 오호라 아들의 시험에 대한 무게가 날로 가벼워지고 있구나.


12월 3일 시험 마지막날, 아들의 시험을 축하하며 선물을 보냈다. 나는 인자한 어머니이니까. 고생한(?) 아들을 위해 이런 센스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아들은 선물을 받았는지 어쨌는지 감감무소식이었다. 곧이어 카톡만이 카드승인 문자를 보내줬다. 카드 승인 5000원 , 모 PC방.



시험이 끝났으니 당연히 시험을 축하하는 의미로 거하게 PC방에서 놀 작정인가 보았다. 그렇게 저녁까지 놀다 온 아이는 뒤늦게 내가 보낸 햄버거 세트를 발견하고 행복해했다.




복이의 기말 시험이 끝났다.

12월 4일, 마음이 한껏 가벼워진 아이는 가방 없이 학교에 갔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가게에서 챙기는 것을 깜빡했다. 나도 아들도 잊은 것이다. 아침에 가게에 들렀다 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도 하나 메고 가지?”


가방이 아무리 쓸모없다고는 하나 명색이 학생인데 가방 하나는 등에 달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모양으로 아무 가방이나 메고 가라고 하니 정중하게 사양했다. 등에 말고 어깨에라도 빈 가방 하나를 크로스로 메고 가라고 해도 싫단다. 학교에 꼭 가방을 가지고 가야 하는 건 아니라면서.


아들의 유연한 판단 능력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평소에 가방은 왜 그렇게 무거웠으며 필요 없는 물건들을 왜 지고 다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교에서 가볍게 돌아온 아이는 또 카톡을 날려 보냈다. 카드 승인 2000원, 모 PC방.


“일주일에 두 번만 간다며? 응? 너 말이 틀리다?”


PC방 출입을 허락하며 아들이 내놓은 적정 출입 회수는 주 2회, 하루 2시간 정도였다. 그러나 시험이 끝난 아들은 마음이 여유롭다. 융통성도 제대로 갖추었다.


“에이 엄마, 시험 끝났잖아요. 이번 주는 학원도 쉰단 말이에요. “


능글이 하늘까지 치솟는다.


이제는 안다. PC방, 게임 등은 시험기간과 무관하다. 시험의 무게를 덜기 위해 PC방에 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아이는 게임을 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PC방에 안 가는 날도 있다는 것이다. 안 가는 게 아니라 학원 수업이 있는 날은 못 가는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아들에게 시험의 무게는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시험이 좀 가벼우면 어떤가, 공부를 좀 등한시하면 어떤가. 시험의 무게를 적당히 조절하는 아이의 지혜로움, 그 정신력에 그저 박수를 보낼 밖에.


아들에게는 가벼웠던 시험의 무게가 엄마인 나에게만 유독 무거웠던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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