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옷 싫어

by 눈항아리

복실이는 딸기 무늬 스웨터가 싫다고 했다.


“딸기 무늬 옷은 엄마가 곰돌이 모양 옷 입는 거랑 같은 거 아닌가요? ”


‘그 렇 지 ? ’


자신은 컸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아이의 얼굴엔 난감함이 묻어있다. ‘싫다’는 걸 잘 표현 못 하는 아이. 나에게 그런 표현을 하면 야단이라도 맞을까 싶은 주저함이 얼굴에 가득하다.


‘괜히 말했나? 엄마가 마구 소리를 지르면 어쩌지? 그래도 딸기 옷은 싫은데...’

복실이의 얼굴은 그런 말을 했다.



복실이는 얇은 목티를 입었고 그 위에 입을 옷이 없다.


금요일은 맘 편하게 세탁을 쉬었다. 토요일은 일요일에 쉬니까 세탁을 쉬었다. 일요일엔 근무를 했다.


일요일엔 산 넘어 산, 몇 고개의 산더미 옷을 빨아야 했다. 그러나 하루 온종일 홀로 편안하게 일하고 까만 저녁에 돌아왔다. 아침에 세탁기에 돌려놓고 간 이불이 건조기에서 돌아가고 있다. 하루 종일 빨리고 있는 이불이 안타까웠다.


당장 월요일에 입고 갈 중고등 교복을 빨아야 했다. 까만 옷 한 무더기를 세탁기에 넣고 밥을 하다 또 한 번 세탁기를 돌렸다. 그러곤 잠이 든 것이다. 새벽에 설풋 잠에서 깨 아들에게 건조기 조종을 명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딸아이의 옷은 신경을 못 썼다. 옷이 하나 둘도 아니고 뭐든 입고 가면 되지 않나. 복실이는 무던한 아이니까 아무 옷이나 잘 입는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었다.


3학년 복실이도 이제 아무 옷이나 안 입는다. 복실이는 노란 바탕에 빨간 딸기 무늬가 가득한 스웨터가 싫다고 했다. 나도 곰돌이 옷은 절대 안 입을 거니까, 이해해야지. 시간이 없어도, 빠듯한 아침이라도 싫은 건 싫은 것이다. 복실이가 싫다는데 어쩔 것인가.


“그럼 체크무늬 네모 칼라 옷은 어때? ”


목 뒤에 단추가 두 개 달린 그 옷은 지난해 복실이가 자주 입고 다닌 옷이다. 톡톡한 옷감이 따뜻하고 칼라도 엄청 마음에 들어 하던 옷이다. 복실이는 단추가 앞으로 오도록 입고 내 앞에 섰다. 단추는 역시 안 채웠다. 껑충한 소매를 늘이며 하는 말.


“이건 너무 작은 것 같아요. ”


“단추가 뒤로 가야 하는데 그래서 좀 불편하게 느껴지는 거 아닐까? ”


앞뒤를 바꿔 입었으나 옷소매는 여전히 짧았다. 복실이의 손을 잡고 두 살 위 오빠인 달복이의 옷장으로 갔다.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달복이의 티셔츠를 하나 꺼내 주니 들고 간다. 딸기 옷은 안 입고 남자 것이 분명해 보이는 티셔츠를 군소리 않고 입는다.


“엄마 딸기 옷은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이 입는 옷이잖아요. 이 옷도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딸기 옷 보단 나아요. ”



샤랄라 공주 옷 입던 우리 아기 공주님이었는데, 반짝이 시폰 공주 원피스만 입던 울 공주님. 한때는 핑크 색만 입고 다녔는데, 목과 과 허리 밑단 발목까지 프릴이 잔뜩 달리고, 아기자기 귀여운 무늬 가득한 옷만 입었는데. 오빠 옷이 더 낫다니!


우리 딸이 커 간다. 귀여운 것 좋아하던 꼬꼬마 시절이 지나간다. 좀 허전하고 섭섭하다. 초등학교 들어가며 공주 원피스 딱 끊을 때도 그렇게 서운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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