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와 아이

by 눈항아리



단풍이 유난히 짙었던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나무는 헐벗었고 미련하게도 마른 잎을 떨구지 못했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추운 건지, 다 말라비틀어진 벌건 잎이 추운 건지. 등을 기대고 서서 덜덜. 이를 꽉 물어 쥐고 입 주위 근육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내가 추운 건가.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로 몸을 껴안듯 손을 교차했다.


외투 앞섶을 여밀 생각보다 몸을 감싸는 게 먼저다. 손을 빼는 게 귀찮기도 하거니와 멈춰 서서 지퍼를 여밀 여유가 없다. 도서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딸아이의 연락을 받은 터라 발이 바빠졌다. 바깥에서 기다릴 것이 뻔한 아이. 문을 앞에 두고 혼자 들어가지 못하고 엄마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을 터였다.


서릿발 눈발을 맞고도 버티고 선 마른 잎, 찬바람 맞으며 빛바래 벌건 잎새를 떨어대는 나무 뒤로 아이가 보인다. 잠바를 다 풀어헤치고 머리도 풀어헤치고 서서 아기 용 한 마리처럼 입에서 김을 뿜어내고 있다. 환한 웃음이 아이 얼굴에 퍼지고 내 얼굴에 따뜻함이 번진다. 언제 추웠던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두 손은 아이를 향해 활짝 펼쳐졌다. 겨울이 따뜻한 이유다.


“붕어빵 먹을까?”

“음... 오늘은 핫초코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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