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다녀오는 길

아이가 짊어진 무게

by 눈항아리


도서관 앞에서 만난 딸아이와 나. 우리는 간식 얘기로 훈훈하다. 책 얘기는 없다.


각자의 책을 빌린다. 아이는 일 층, 나는 이 층. 아이는 두 권, 나는 일곱 권. 총 아홉 권의 책을 아이의 책가방에 쑤셔 넣었다. 내 가방은 손바닥만 하니까.


엄마의 아픈 팔을 지켜준다는 딸애. 내 욕심으로 아이는 책 아홉 권을 모두 등에 짊어졌다. 무게를 지탱하느라 앞으로 굽어진 어깨가 꽤나 듬직해 보였다.


다음엔 나도 아이처럼 딱 두 권만 빌려야지. 아이에게는 딱 두 권만 빌리라고 하면서 나는 욕심에 마구 빌려왔다. 도서관에 자주 못 가니 그렇다는 건 핑계다.


딱 하루 만에 아이는 두 권의 책을 다 읽어버렸다. 다음엔 책을 더 빌리라고 해야지. 손수레를 끌고 오든 해야지.


플라스틱이든 철이든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하나 장만해야 할까. 수레를 장만하면 거대한 딸아이는 자신의 커진 몸은 생각도 않고 작은 장바구니 수레에 올라타려고 할 게 분명하다. 그럼 태워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부서질까 안 부서질까. 그럼 책은 내가 짊어지고 아이를 태워줘야 할까. 생각해 보니 장바구니 수레는 너무 부실해서 우리 딸이 올라탈 수는 없을 것 같다. 바퀴가 버틸 수 있을까. 자전거 바퀴와 비교해 보면 작은 수레는 어린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당장 주저앉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이는 애초에 장바구니 수레에 탈 생각을 안 할지도 모른다. 다 큰 애가 무슨. 수레를 끌고 가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장보기 카트에 아이를 앉히고 마트를 누비며 돌아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아이는 내 짐을 대신 짊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장보기 수레가 필요한 나이가 되어간다.


장보기 수레는 좀 이르기는 한 것 같은데... 아이에게 책을 더 빌리라고 하고 나는 딱 한 권만 빌려서 들고 와야지. 아이의 가방에 책을 다 몰아넣지 말고 나도 백팩 하나를 챙겨야지. 가방끈을 최대로 늘려서 팔을 쏙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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