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세안법

by 눈항아리

아들들은 적당히 안 씻는다. 나는 안 묻는다. 그냥 대충 안 씻는다. 안 봐도 뻔하다. 가끔 아들들에게 묻는다. 오늘 무슨 색으로 머리 감았어? 무슨 색으로 샤워했어? 대답을 얼버무리는 아이는 뻔하다. 기억을 못 하거나 샴푸로 샤워를 했거나 안 씻고 물로만 씻었거나. 그러나 욕실 문을 확 열고 들어갈 수 없다. 남편에게 가끔 목욕이라도 같이 가라고 하지만 말뿐이다. 한 번도 목욕탕에 가는 걸 못 봤다. 씻는 교육을 좀 시키라고 남편에게 넌지시 얘기하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적당히 잘 씻고 다니기를 바랄 뿐이다. 세수할 때 귀도 씻고 목도 씻고, 머리 감을 때 박박 문지르고 알았지?


아들과 다르게 딸아이는 아직도 욕실에 같이 들어가 이것저것 가르치니 좋다. 씻겨 주기도 하고 내 손이 안 닿는 옷을 입을 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재미로 딸아이를 키우는가 보다. 딸아이가 크면서 함께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진다. (참고로 딸아이는 열 살이다)


그런데 난감한 일 또한 있다. 어린 딸은 아직 순수 그 자체다. 나처럼 오빠들처럼 씻기 귀찮아하는 건 똑같다. 아들들은 그저 대충 지나가고 만 것을, 딸아이는 엄마와 함께한 욕실 세월을 무시 못하고 순수의 시간을 지나가고 있어서 벌어진 일이다. 딸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세수해야 돼요? ”

당연한 것을 왜 물을까.


어느 날은 내가 물었다.

“복실아 세수했어?”

“아! 깜빡했다. ” 아이는 정말 깜빡한 것 같았다. 몸을 돌려 다시 세수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바쁜 아침의 어느 날,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세수 안 하면 안 돼요? ”

“세안제 안 하고 물 세수만 하면 안 돼요? ”


급기야 어느 날 저녁에는 이렇게 묻는다.

“엄마 세수 내일 하면 안 돼요?”


제대로 세수를 할 때도 역시나 대충이다. 내 아이의 세안제를 세안법을 살펴보자. 아이는 왼손의 손바닥에 콩알만큼 세안제를 짠다.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으로 거품을 만든다. 손가락 끝으로 코랑 이마랑 여드름 있는 부분만을 슬그머니 문지르고 만다. 땡그란 눈을 뜨고 말이다. 눈을 감고 얼굴을 헹구면서 나를 부른다. 아마 눈을 감고 있으면 무서운 것 같다. 나도 그러니까.


“눈 뜨지 마, 눈에 비눗물 들어가. 이마도 씻고, 귀도 씻고, 목도 씻어야지. ”

나의 잔소리는 계속된다.


약식 세수의 경우 고양이 세수의 진수를 보여준다. 정말 딱 한 번 손에 물을 묻힌다. 그 물을 얼굴에 살짝 바른다. 눈곱은 안 떼는 경우가 많다. 욕실에서 떼면서 나오기도 한다. 손에 묻은 물을 나중에야 눈에 바르는 것이다.


실제로 고양이는 꽤 깔끔하게 세수를 한다는데 고양이의 진정한 세수법을 딸아이에게 알려줘갰다. 그럼 딸아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엄마 고양이는 물 없이 세수하는데 그냥 나도 물 없이 하면 안 되나요?’


세수를 못해도, 세수를 안 해도, 고양이 세수를 해도, 눈곱이 지지해도 내 눈에 예쁜 게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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