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 가는 길

봄밤

by 눈항아리

쓰레기 버리러 간다.

핑크 봉지 두 개 들고

노랑 봉투 두 개 들고

가벼운 핑크 봉지는 달랑달랑

묵직한 노랑 봉투는 칙칙하고.



미세먼지 자욱한 바람에

봄내음이 풍겨왔다.

까만 밤이 안개 먼지를 가려준다.



음 ~ 봄기운이 완연하다.

짙은 어둠 속 발랄한 기운이

퇴근을 기다리는 발걸음으로부터 전해져 온다.

톡톡.

내가 두드린 봄의 기운이지.

대견하게도.


딱딱한 아스팔트 대지가

봄의 냄새를 맡아.

무뚝뚝하고 거뭇한 땅의 틈새를

힘겹게 비집고 나오는 그것.

구겨지고 짓이겨진 생명을

구현한 시선의 끝.

겨울의 창에 균열을 뚫고 삐죽 솟은

가녀리고 강인한 초록.

볼품없고 고귀한 숨결.



그건

성냥팔이 소녀의 꺼져가는 불꽃.

희망과 소망,

허망함과 환상의 불꽃.

후~



밟아 가지도 않을

먼 데 골목길 비추는

주황빛의 가로등의 수를 헤아리고 있는

눈길.



봄밤을 거닐다.

쓰레기봉투 양손에 들고

셔츠 차림으로 나섰다.

된바람에 부르르 떨었다.



까만 밤의 어둠을 뚫고

부르르 떨면서 걸었다.

쓰레기봉투 달랑달랑 들고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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