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가 준 선물일까?
3대가 가면 10퍼센트 할인을 해준다는 고기 뷔페.
지난번 설날 즈음 3대가 가서 먹고 10퍼센트 할인을 받았다.
오늘은 2대만 출동했다.
할인은 당연히 못 받을 줄 알았다.
그래도 적당한 가격에 10대 넷을 데리고 가 먹는 고기이니
양껏 먹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이가 안 좋은 나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고기.
남편이 구워주는 고기는 역시 최고다.
나는 고기 맛이 좋던데
막내 딸아이는 사이다가 제일 맛있다는 고깃집이다.
입 짧은 셋째도 떡볶이와 김말이를 가져다 먹는 뷔페다.
고기 접시가 쌓여가고
된장국을 서비스로 받고
달아오르는 숯불로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그렇게 한 시간여 열심히 배부르게 고기를 먹었다.
계산을 하려는데 주인장이 말씀하셨다.
“가족 할인 10퍼센트 있어요.”
오호! 감사합니다!
‘난 할머니가 아니지만 할머니로 봐 줘서 고맙소 주인장.‘
10퍼센트 가격 할인을 받고
주인장이 내 나이를 알아보거나 할머니가 아닌 걸 알아챌까 봐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왔다.
“얘들아 엄마 할인받았어!
나 머리 하얘서 할머니 같은가 봐.
지난번처럼 3대 할인해 준 건가 봐.
정말 횡재했어. ”
할인을 받아 계산을 할 적엔 분명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가게 문을 닫고 나서고
고깃집과 멀어지고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고 차가 출발하면서
차차 서서히 그 마음이 변했다.
내가 진정 할머니로 보인다는 말인가.
나이가 그렇게 들어 보이나.
그럼 어떠랴 머리가 하얘서 할인을 받았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그런데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기분이 더욱 우울해졌다.
바닥으로 치닫는 할머니 마음.
“엄마 염색해요.”
아이들도 내 마음을 아는지 미용실 행을 권했다.
일요일 문 여는 미용실을 찾는 번거로움을 대신해
인터넷을 뒤져
문제의 고기 뷔페 집의 할인에 대해 수소문했다.
분명 가족 할인이 있을 것이다.
찾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그곳은
대체로 가족할인을 자주 하는 곳이었고,
졸업시즌, 새 학기 시즌에는 학생 동반 할인이 있었고,
설날 즈음에는 3대 할인을 한 것이 분명하고,
다른 통신사나 온라인 마켓에서 10퍼센트 할인 쿠폰을 판매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나는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고
그냥 자체적으로 할인해 주는 매장에 얻어걸린 것일까 생각했다.
“거기 할인 자주 하는 곳이더라.”
남편에게 부러 계속 얘기했지만 역시 찜찜하다.
고깃집 주인장도 ‘가족할인’이라 말한 것이 분명하지만 역시나 기분이 언짢다.
나 혼자 흰머리가 콕콕 찔려서 나를 할머니로 만들고
3대 가족 할인으로 생각하며
그저 맛난 고기를 먹고 부른 배를 통통 거리며 염색을 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
다음번에 고기 한 번 더 먹고 염색할까...
아무튼 얼떨결에 할인 받았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갈게요.
어딘지 궁금하시죠?
묻지 마세요.
흰머리를 잘 관리하면 언젠가
할인 받을 운이 그대에게 당도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