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고구마와 망고
‘한입 고구마’를 한 봉지 샀다.
삶을까 찔까 구울까.
170도 오븐에 30분 굽고 10분 뜸을 들였다.
따끈따끈한 고구마를 들고 껍질을 살살 벗겼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황금색의 고구마를
호호 불며 한 입에 배어 물었다.
딱 한 입 거리였다.
쩝.
이런,
한 입 고구마의 의미를 알아 버렸다.
숙성된 고구마의 달달함이 구워져
더욱 끈덕지게 나를 불러댔다.
참아야 했지만.
못내 아쉬워 하나를 또 벗겼다.
한 입이라고 너무 얕봤다.
하나 먹고 또 먹고 몇 개를 먹다 보니
벗긴 껍질이 소복하게 쌓였다.
어머나 어쩌나.
아이들도 앉은 자리에서 몇 개씩 먹었다.
나는 어머니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아이들 까준다며 군고구마의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껍질에 붙은 고구마의 끈적끈적한
고구만 살을 발라
정성스럽게 뜯어 먹었다.
고구마 덕분에
저녁 내내 배는 두둑했고
저녁은 적당히 먹었고
야식은 잘 참았다.
밤새도록 꿀맛 고구마 생각이 났고
단맛이 내내 혀끝에서 맴돌았다.
꼬르륵거리는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군고구마는 간식이었다.
야식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고구마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몸무게가 몇 백 그램 늘었다.
딸아이와 나는 차례로 체중계에 올라갔고
우리는 간식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오밤중에 남편이 망고를 잘랐다.
이틀 숙성시키고 있었고,
아침에 먹으려고 했던 망고였다.
숙성되는 동안 딸아이가 얼마나 기다렸던가.
남편이 아이들 앞에서 망고 자르기를 선보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망고를 자르는데 가만있을 수 있나.
딸아이는 신이 나서 주방으로 달려가
아빠가 칼질하는 모양을 지켜보다
입에 쏙 들어오는 망고를 호로록 먹어버렸다.
“야식 안 먹기로 했단 말이야. 애한테 망고를 주면 어떡해. ”
남편을 나무랐지만,
남편은 과일은 괜찮다며 딸아이에게 많이 먹으라고 했다.
망고가 작아서 다행이었다.
망고가 수박같이 컸다면 어쩔뻔했는가.
야식을 참는 건 어렵다.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환경이 도와줘야 하는데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다.
황금빛 고구마의 달짝지근함이 은은하게 내 입속에 남아 있다.
말랑하고 부드러우면서 사르르 녹는 망고의 진한 단맛이 딸애의 입안에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