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우리의 진심
야식 참기와 함께 몸무게 재기를 병행하고 있다. 체중이 빠지는 건 야식을 참은데 대한 즉각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 같다.
간식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체중 재는 게 뭐 별거냐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주기적으로 재니 나름 진지해졌다.
우리는 번갈아 체중계에 오른다. 처음엔 집에 들어오자마자 쟀는데 이제는 누구도 그러지 않는다. 외투를 벗고 상의는 가벼운 반팔 차림이다. 어느 날 두툼한 바지를 입고 올라갔다 일의 자리 숫자가 하나 더 올라간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후로 가벼운 실내복으로 입고 올라간다.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고 양말도 벗는다. 옷의 무게는 생각보다 많이 나간다. 일 킬로그램을 넘어가기도 한다.
체중을 먼저 재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다시 체중계에 올랐다. 50그램이 줄었다.
나는 얼른 팔과 다리를 쭉쭉 뻗으며 움직였다. 복실이는 물을 마시고 체중계에 올라갔다. 움직인 나는 다시 50그램이 줄었고, 물을 마신 복실이는 30그램이 늘었다. 우리는 조금 움직이고 체중계에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나는 물을 한 모금도 안 마셨다. 그런데 체중 500그램이 늘어나기도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체중계가 고장인가. 수평이 안 맞나? 체중계를 끌고 무게가 적게 나가는 곳을 찾아 이동하기도 했다.
못 말리는 모녀다.
몸무게를 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숫자에 집중한다. 500그램도 아닌, 50그램이라는 사소한 숫자에 우리는 기꺼이 움직인다.
둘째 복이는 오늘도 여전히 과자를 펼쳐놓고 먹는다. 밤중에 마음대로 먹는 건 복이 뿐이다. 복이는 먹고 나서 운동을 열심히 한다. 모두가 잠든 밤까지 철봉에 매달리고 아령을 들고 팔 굽혀 펴기를 한다. 살이 하나도 없이 빼짝 마른 아이는 먹어야 에너지가 생기는가 보다.
셋째 달복이는 내 눈치를 본다. 양치질을 또 해야 하니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맛동산 하나를 집어 먹었다. 나는 먹지 말라고 안 했는데 왜 내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밤중에 과자는 안 먹었으면 좋겠다.
남편은 책상에 앉아서 맛동산 먹는 복이를 부럽게 쳐다보았다. 남편이 좋아하는 과자다.
“드릴까요?” 남편은 안 먹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복실이와 나는 과자는 절대 쳐다보지 않았다. 복실이는 식탁과 멀리 떨어진 소파에 앉았다.
아이들이 과자를 먹고 싶을 만도 하다. 그럴 줄 알고 낮에 커다란 감자 과자 한 봉지를 사줬다. 달복이 복실이와 함께 나도 과자 몇 개를 먹었다. 많이 먹지 않았는데 낮에 집어 먹은 과자의 맛이 기억난다.
먹는다는 건 배부름이 아니라 기억이 아닐까. ‘배부르게 먹었다’가 아니라 ‘맛있게 먹었다’로 기억에 남았다. 과자가 맛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미련이 남아 내일도 또 먹고 싶을 텐데 어쩌나.
나도 맛동산 좋아하는데. 낮에 간식으로 하나 사 먹어야겠다. 음식을 기다리는 건 기쁨이다. 낮에 먹을 거야. 아주 조금만. 나는 야식을 참는 중이니까, 낮에는 조금 허용해 줘도 괜찮은 거야.
우리는 몸무게 줄이는 데 진심이다. 그리고 먹는 것에도 진심이다. 둘은 병행할 수 없는 걸까.
<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은 딸아이 복실이와 함께하는 야식 참기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