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절대 안 먹어’의 의미
셋째 달복이가 부쩍 밤중에 먹을 것을 찾는다. 워낙 마른 아이라 먹어야 하는데 밤중에 먹는 건 또 말리고 싶기도 하다. 정 많은 아이는 과자 두 개를 들고 와 어떤 것을 같이 먹을까 묻는다. 복실이와 나는 이제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정확하게 우리의 약속을 전달했다.
“복실이랑 엄마랑 야식 참기하고 있어. 먹는 거 안 권해도 돼. 너 혼자 맛있게 먹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냉정하게 거절한 것 아닐까, 아이가 서운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하나도 안 먹고 싶어.” 복실이도 야식 참기의 의지를 전했다.
한참 머뭇거리던 달복이가 복실이의 말을 듣고 그제야 과자 봉지를 뜯었다. 둘째 복이가 스스르 나타나 그 옆에 와 앉았다.
부스럭거리고 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복실이와 나는 절대 과자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우리는 절대 안 먹고 싶었다. 그런데 절대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고 과자 먹는 달복이 옆에 붙어있었다.
우리는 과자 한 봉이 다 비워질 때까지 그 옆에서 의지를 다졌다.
우리는 둘 다 왜 그곳을 떠나지 못했을까.
나는 절대 안 먹고 싶었다.
딸아이도 절대 안 먹고 싶다고 했다.
“복실아 엄마는 몸무게 쟀어. 체중계 올라가 봐.”
몸무게를 재고 온 복실이는 쭈뼛거리며 내 옆에 와 앉았다.
“5그램 늘었어.” 아이는 과자와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5그램을 어떻게 측정했는지 모르겠다.
“저울에 나온 숫자 말해봐.” 복실이에게 정확한 숫자를 물었다.
“**.**”
(이것은 암호문이 아니다. 비밀의 숫자일 뿐이다. )
“어제랑 비교해서 어느 숫자가 바뀌었어?”
“맨 마지막에 있는 거.”
“복실아 소수점 둘째짜리가 바뀌었으면 5그램이 아니라 50그램이야.”
“1킬로그램은 1000그램이잖아. 그러니까. 5그램 아니고 50그램이 맞아. ” 오빠인 달복이가 알은 체를 했다. ‘와삭와삭’ 과자를 씹어 먹으며 그랬다.
졸지에 5그램이 아니라 그 열 배인 50그램 늘어난 몸무게.
복실이는 과자 쪽은 절대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과자의 옆자리를 끝내 떠나지 못했다.
탁자 위에는 빈 과자 봉지가 남았다.
은빛의 동굴을 닮은 빈 과자 봉지 안쪽에는 부스러기 몇몇이 떨어져 있었다.
“달복아 과자 봉지 정리 해야지.” 먹기만 하고 도망가는 아이를 붙잡았다.
아들의 손에서 접히고 부서지는 과자 봉지의 소리가 경쾌했다. 과자 봉지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면서도 찬란했다. 그러나 곧 반짝거림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드디어 우리는 식탁에서 해방되었다.
나는 빨래 정리를 하러 베란다로 아이들은 양치질을 하러 욕실로 향했다.
‘절대 안 먹어’의 의미는 ‘정말 먹고 싶다’이기도 하다.
나는 정말 안 먹고 싶었지만 복실이의 마음은 어떤지 정말 궁금하다. 그걸 어떻게 참은 걸까.
내 마음도 이렇게 칼 날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데.
<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은 초등 딸아이와 함께하는 야식 참기 프로젝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