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나는 절대 야식 안 먹어
금요일은 주말의 시작이다. 야식 참기를 하기 전에는 주말에 맥주는 마실 수 있었다. 남편이 나를 떠보듯 말했다.
“쭈?” 맥주는 마시겠냐 묻는 말이다.
‘나는 안 마셔. 그런데 자기가 그렇게 말하니까 한 잔 하고 싶네.’
‘그래도 안 먹어!’
강력한 주문은 보호막으로 나를 한 겹 둘러싸고 있다.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라는 아이들 동화책이 있다. 로렌 차일드의 그림책이다. 여동생 롤라는 토마토를 안 먹는다고 외친다. 롤라가 그걸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은 없다. 다만 아이들이 그 책을 읽고선 토마토를 안 먹게 되었다. 잘 먹던 당근도 안 먹었다. 책에서 당근도 절대 안 먹는다고 했다.
선언의 효과는 대단한다.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저 나를 속이는 기술이 필요할 뿐인지도 모르겠다. 궁극에는 내가 원하는 게 무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나는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싶었을까, 안 마시고 싶었을까.
야식 참기는 먹고 안 먹는 문제가 아니라 나를 잘 속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나에게 거짓말을 한다.
‘나는 안 먹고 싶어. 안 먹고 싶어? 거짓말. 그래도 안 먹고 싶어.
안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안 먹어. 안 먹어. 안 먹으면 안 먹고 싶어지는 거야. ’
그래서 매일 선언한다. 마음속으로 소곤대고, 입 밖으로 외친다.
나는 야식 절대 안 먹어.
마음씨 고운 가족 누군가가 나에게 먹을 것을 내민다. 그 푸근한 마음을 단칼에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나는 매일 나를 포함한 가족 모두에게 단호하게 야식을 안 먹는다고 선언해야 한다.
안 먹고 싶은 게 아니다. 안 먹겠다.
안 먹고 싶어, 때로는 나를 속이기도 한다. 속으로는 많이 먹고 싶어도 말이다.
100일 축하로 101일 날 마실 거야.
야식 참기 하는 걸 뻔히 알면서 술 권하는 남편이다. 치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