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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l 25. 2024

엄마 목소리가 안아줬어

손이 바쁘게 유부에 밥을 담고 있었다.


복실이는 아직도 꿈나라다. 아침에 늘 정신을 못 차린다. 초등 2학년인데도 아직 혼자 척척 일어나지 못한다. 누워있는 아이를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어르고 달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안고 둘러 매고  때로는 질질 끌고 밥상 앞에 데려다 놔야 겨우 눈을 뜨고 입을 벌린다.


그런데 오늘은 손이 바빠서 아이를 깨우러 가지 못했다. 목소리로 깨운다. 일, 이, 삼 번 오빠들은 모두 척척 엄마의 절도 있는 목소리에 일어나는데 복실이는 아니다. 엄마도 전략이 늘 한결같지는 않아서 깨우러 가지 못하는 몸을 대신에 부드러운 목소리에 사랑을 가득 담아 불러본다. 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큰아이들이 시간 재촉을 하지 않아서 엄마의 마음이 너그러워졌기 때문이다.


“복실아 일어나야지~~~~ 오늘은 복실이가 좋아하는 유부 초밥이야~~~~.”


나긋나긋한 엄마 목소리에 아이가 반응을 한다.



웬일일까. 매일 꿈쩍도 않고 힘으로 질질 끌고 나오는 날이 태반인데 복실이가 나오면서 그런다.


엄마 목소리가 안아줬어.



눈물이 날 뻔했다. 아침마다 여장군이 되어 눈을 부릅뜨고 호령하듯 아이를 깨웠던 것이 한순간이지만 미안했다.


나는 목소리가 고운 사람이다.


오늘도 외친다.


손이 부족할 때엔 엄마의 목소리가 온기가 된다. 바쁜 방학 분신술의 1단계를 터득했다. 목소리에 1인을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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