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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ug 06. 2024

막대 사탕  10개

복동아 막대 사탕 10개만 사다 줘.


복실이가 약을 거부한다. 쓴 약이 입에 맛을 턱이 없다. 오랜 약맛에 아이는 질려버렸다. 구슬리기를 여러 번 당근도 계속되니 소용이 없다.


그리하여 엄마가 준비한 것은 사탕 10개. 맛까지 골라 오빠에게 사다 달라한 것이다. 아이는 30분을 약을 안 먹겠다고 버티더니 약 먹고 물 마시고 사탕 물고 유튜브를 봐도 되냐고 확인 도장을 찍은 후 약을 입 안에 털어 넣는다. 약 먹이기 한 번 힘들다.


약은 아이가 먹는 거라 내 손댈 일은 없지만 약 먹는 것을 봐야 다른 일을 볼 수가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약을 사다 주면 장롱 속에 숨겨두던 짧은 기억이 선명하다. 나도 물약을 얼마나 싫어했던지. 그래서 알약을 먹은 이후로는 꿀꺽꿀꺽 잘도 삼키었다.


영상 시청을 조건으로 걸고라도 약을 먹여야 하는 비루함. 저 목에 넘어가는 것을 봐야 하는 절실함. 제발 먹어달라는 간곡함. 그러나 쓴 약은 싫다는 애절함.


아이는 그 속에서 저울질을 하고 더더더 좋은 조건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탕 10개는 자신과 달복이 오빠가 좋아하는 콜라 맛으로 부탁했다. 다행히 콜라맛이 하나가 있었지만 9개는 초코맛과 다른 맛을 섞어왔다. 줄다리기에서 승기를 잡아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선뜻 콜라맛 사탕을 오빠에게 양보한다.




저녁 약을 안 먹은 복실이를 퇴근하며 차에 태웠다. 또 열이 펄펄 끓는다. 기침도 심하다. 집에 와 시럽과 가루약을 탔다. 색깔이 영 이상하다. 먹는 건데 제약회사에서도 좀 신경을 쓰시지. 맛도 영 이상하다고 한다. 30분을 버티다 엄마 짜증 소리를 듣고서야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셨다. 엄마는 초코맛 막대 사탕을 30분 들고 있었고 달복이 역시 막대 사탕을 같이 먹으려고 30분을 기다렸다.


아이에게 휘둘리면서도 왜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모르겠다. 한 손엔 약, 한 손엔 물컵을 들고 혼잣말을 하던 복실이. 오랜 시간 후 결국은 쓴 약을 먹어줘서 다행이다.


부모는 다 져주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약 먹고 열이 떨어지고 기침이 멎기를 바랄 뿐이다. 안 먹겠다고 투정 부리는 아이도 예뻐 보이니 엄마 사랑이 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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