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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ug 01. 2024

눈삽운동 생존운동

책보나의 틈새 생활운동론

꾸미기 나름인 인생살이.
행동은 소소하나 꿈은 원대하게!
작게 움직이고 적게 소비하고도 말은 거창하게 ‘틈새 생활 운동론’이라 이름을 붙여 본다.
나야 참 신나게 산다. 운동론이라니.
운동에서 얻은 삶의 지혜와 생각들을 이곳에 적기로 한다.
매일운동 기록 (2024. 2. 2)

팔 벌려 뛰기 2회 총 55회
눈삽운동 1시간 30분


팔 벌려 뛰기 1회 차 25회

오전 11시 20분

심박수 143


얼굴도 기억이 안나는 고교 시절 체육 선생님의 구령에 맞추어 발목을 돌려준다. 오른쪽 발끝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원을 그리며 하나, 둘, 셋, 넷 구령을 붙여준다. 왼쪽 발가락 끝을 바닥에 곧추세우고 기준을 잡아 왼쪽으로 돌리며 구령을 붙여 준다. 구령의 효과가 대단했다고 한다. 몇 분을 해야 하나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한 세트 완료 후 자연스럽게 허리 돌리기 운동, 목 돌리기 운동, 몸통 돌리기, 팔 돌리기... 순서는 영 틀린 것 같지만 몸 구석구석을 아낌없이 돌려준다. 구령을 기억하는 몸의 움직임이 놀랍다. 십수 년이 지나도 남아 있는 세뇌된 교육의 효과를 확인했다. 나 배운 사람이다. 준비 운동은 이것이면 되겠다.


식사 전에 뛰면 밥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뇌로 들어간 혈류가 음식에게 어서 먹으라 명령해 폭풍 흡입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면 큰일인데 한 번 뛰어나 보자.


몸을 부드럽게 풀어준 후 팔 벌려 뛰기 시작! 어깨 근육과 연결되는 팔 위쪽 뭉치살이 아프다. 다음 화차부터 팔을 조금 더 풀어줘야겠다. 대단한 운동을 시작해서인지 온몸이 아우성이다. 목은 왜 아픈 건지 원.



팔 벌려 뛰기 2회 차 30회

오후 4시 55분

심박수 131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숨이 가쁘다. 통통 튀는 고무 신발도 오늘은 소용이 없는지 높이 튀어 오르지 못한다. 팔은 구부러져 두 팔이 그리는 동그라미가 자꾸 작아진다. 등 아래쪽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뻐근함이 산 정상에 오른 듯 절절하다. 몸을 사리면 귀신같이 알아채는 감시자의 눈길.  운동은 과학이다.




눈삽운동 - 생존 운동

준비물 : 눈삽, 튼튼한 팔과 다리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심박수 잴 겨를 없음.


운동으로 다져진 팔과 다리를 사용할 기회가 금방 와버렸다. 근무 시간 중 내리던 비는 저녁이 되자 눈으로 바뀌었다. 가게 주변은 제설 차가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눈이 살짝만 덮였다. 산 아래 우리 집은 아침 출근 때부터 눈이 왔다. 하루 종일 눈이 엄청 쌓였다. 20센티미터는 된다. 신발이 푹푹 빠져 양말이 젖을 정도다. 그래도 차가 집까지 들어와 줘서 고맙다.


9시 30분, 실전에 투입되는 영광스러운 가족들. 먼저 마음이 바쁜 꼬마들 준비를 도왔다. 장갑을 찾아 주고 젖은 양말과 바지를 갈아입히고 모자를 단단히 씌워 내보냈다. 오른쪽은 방수 스키 장갑, 왼쪽은 털장갑. 둘 다 똑같다. 털장갑이 젖지 않게 비닐장갑을 씌워주는 생활의 지혜를 접한 터라 한 술 더 떠 라텍스 장갑을 짱짱하게 껴주었다. 신났다.


그동안 큰 아이 둘은 알아서 장화를 찾아 신고 초록 삽을 들고 지붕 없는 너른 옥상으로 올라갔다. 눈이 많이도 왔다. 습설이 아니라 다행이다. 그래도 너무 많이 왔다. 삽으로 한 번 푸면 가득이다. 눈을 밀어서 모을 수 없는 양이다. 각개격파, 한 삽 떠서 한 번 버리기. 수십을 세다 말았다. 수백은  되는 것 같다. 덥다고 잠바를 벗을 수 없다. 모자 벗어 찬 눈발을 맞아 더위를 식히고 다시 모자를 썼다. 생활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생활 운동은 생존 운동을 위한 준비 운동이었나 보다.


마당을 가로질러 옥상을 비추는 가로등이 밝다. 멋들어지게 눈 쌓인 뒷산까지 환하게 비춰준다. 마당에선 아빠가 눈을 치운다. 포클레인으로 몰아서 밭으로 옮긴다. 수레도 이용하다. 저 수레 옥상에 가져오면 좋겠다. 장비의 한계가 있는 높은 세계는 손과 발과 삽이 전부이니 다 부럽다.


한쪽 마당에선 연신 아이 둘이 깔깔 거린다. 한 녀석은 눈사람을 만들겠다며 눈을 굴리고 있다. 썰매를 타던 비탈길 아래에서 위까지 눈을 굴려 올라오기도 한다. 눈덩이 하나가 제법 커진다. 한 녀석은 포근한 눈 위에 누워 자기 모양을 새기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밤 운동은 한탄과 기쁨이 함께 했다. “혹시 나중에 이사를 가게 되면 지붕 있는 집으로 가자.” 남편의 말에 위안을 얻어야 할까.


운동의 효과는 대단했다. 팔이 안 움직인다. 좀 움직이는 팔로 마른 멸치를 우적우적 씹어 먹고 누웠다.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다음 날을 걱정하게 했다. 그러나 잠이 보약이다. 팔은 멀쩡하고 두 손 자유롭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오늘의 교훈>

운동은 과학이다.

‘생활 운동’은 ‘생존 운동’의 준비 운동이다.

잠이 보약이다.

몸의 회복력을 믿어라.


운동 계획
준비운동을 잘하자.
팔 벌려 뛰기 4회 1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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