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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6시간전

그녀석과 시내 쏘다니다

팔 벌려 뛰기+제자리 걷기 세트운동

2024. 2. 26
매일 생활운동 기록

시내 쏘다니기 1시간 30분
팔 벌려 뛰기 120회
20회/30초 쉼/20회 = 3세트 연속
3분 실내제자리 걷기 5회

시내 쏘다니기


강릉 시내 구한전 뒤편 중앙동 골목길. 예전엔 침침한 곳이었는데 싹 정비가 되었다. 언제 변한 건지 알 수 없으나 처음 가보는 길. 구한전 주차장에 주차하고 중학생 교복 치수 재러 간다.


번듯해진 골목길로 길을 잡아 둘째와 단둘이 걸었다. 팔짱을 끼면 어색하고 손을 잡자고는 못하고 아들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한다. 무슨 썸 타는 사이도 아니고 아주 어색하다. 둘만 나오기는 참 오랜만이다. 둘만 나온 적이 있나 싶은 바쁜 세월. 그냥 편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는다. 이런 이상한 모자 관계라니 딱하다. 그러나 따라는 오는 건지 무지 신경이 쓰인다. 날 가장 빼닮은 아이는 똑똑하다. 그러니 잘 따라오겠지. 다 큰 아들 걱정이 왜 그리 많은지 원.


며칠 내린 눈이 녹아 바닥이 칙칙하다. 연속으로 만나는 물웅덩이를 피해 길가로 조심조심 걸었다. 아이와 나란히는 아니지만 함께 걷는 이 길. 바깥나들이를 간절히 원하니 나오게 된다. 실내제자리 걷기를 하며 얼마나 나오기를 고대하였는가. 일요일만 쉬니 기를 쓰고 나가려고 용을 쓴다. 봄이 오면 큰일이다. 매주 나가 돌아다니려면 몸이 힘들 텐데 체력을 더욱 키워야겠다.


시내까지 나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교복을 입어보고 주문하고 체육복을 사 들고 시내를 둘러 걷는다. 빵도 사고 커피도 사 들고 같이 걸었다. 사진을 찍을 땐 내 음료도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아들의 커다란 손이 고맙다.


어느 봄날
당신이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임당골 벽에서 발견한 글씨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는 이 길이 좋다. 길을 참 잘 들었다. 아는 주차장이 없어서, 시내는 차가 막히니 넓은 주차장을 찾아서, 구한전 주차장만 알아서 구한전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가는 길에 텅텅 빈 공용주차장, 유료 주차장이 많기도 하다. 주말에 주차장을 할인해 주는 곳도 있다. 미리 주차 정보를 확인하고 올 것을. 귀찮다며 확인을 안 해서 더 많이 걸었다. 우리 투덜이가 투덜대지도 않고 은근히 즐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지 몰랐다. 주차비가 3000원이 나와서 알았다. 구한전 주차장은 30분에 1000원이다. 지방 사는 시골 사람이라 주차비에 민감하다. 시내를 나와야 주차비를 낼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참 잘 왔다 간다. 다음번엔 꼭 가까운 주차장을 확인하자. 주차비도 꼭 확인하자.


집에 와서 단잠을 잤다. 주말 낮잠은 체력 보충에 최고다.


책보나의 틈새 생활운동론

꾸미기 나름인 인생살이.
행동은 소소하나 꿈은 원대하게!
작게 움직이고 적게 소비하고도
말은 거창하게 ‘틈새 생활 운동론’
나야 참 신나게 산다. 운동론이라니.
운동에서 얻은 삶의 지혜와 생각들을
이곳에 적기로 한다.


1. 행동하라. 우선 몸을 움직여라. 몸이 따라 움직인다.


2. 1분 팔 벌려 뛰기가 힘들다면 제자리 걷기로 시작하자. 아침에 3분이라도 걷기 파이팅!


3. 걷다 보면 더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밖으로 나가 걷고 싶은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밖에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음이 지극하면 이루어진다.


4. 생활운동은 나와 주변을 발견하는 좋은 방법이다. 오늘 걷기 좋은 길을 발견했다. 투덜이 아들의 너그러움을 발견했다. 그 길을 함께 걷는 한껏 들뜬 나를 발견했다.


발견의 기쁨을 주는 생활운동을 안 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 걷는 그 길에서 당신은 생활운동을 하고 있다. 활기차게 걸어가라.

운동계획

팔 벌려 뛰기 120
3 분제자리 걷기 5회
3층 계단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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