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 헤엄치기

by 눈항아리

집 앞 하천에 커다란 포클레인이 들어가 헤엄을 치고 있다. 물이 없으니 헤엄은 아니고 땅을 다지는 건가 흙을 퍼내는 건가 하천에 들어가서 나올 줄을 모른다. 며칠째 출퇴근 길에 만나고 있다. 하천 정비 사업인가 보다. 장비는 하천에 두고 기사님은 퇴근을 하는가본데 하천을 걸어 나올까 빠지지는 않을까 궁금하다. 출근도 걸어서 할까? 설마 날아 가지는 않을테니 걸어서 갈테다.


하천은 폭에 비해 평소 흐르는 물이 적어 도랑물 흐르는 것 같다. 수초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것이 장비로 싹 밀어내고 나니 개울이 이렇게 넓었나 싶다. 큰 비가 내리면 산에서 쏟아지는 물이 모여 금방 콸콸 차오른다. 산 위쪽에는 따로 물길이 없는데 어느 순간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물이 모여 개울물을 이루고 그 지류가 만나 강을 이룬다. 자연의 자연스러운 흐름은 봐도 봐도 신기하다. 물은 흙도 함께 운반하는데 그 흙을 하천에 일부 쌓아놓고 또 물은 유유히 흘러간다. 포클레인은 쌓인 흙을 치우는가 보다. 다지는 건가? 뭐가 되었든 열심히 일을 하고 집 앞다리 조금 아래쪽에 주차를 해 놓고 퇴근하였다. 다리 아래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하천에 세워진 포클레인이 다리보다 키가 크기 때문이다. 가로등불이 미치지 않는 깜깜한 다리를 건너는데 하늘 위로 삐죽 솟은 포클레인의 꺾인 팔꿈치를 보며 집으로 들어왔다. 포클레인이 자신보다 키 작은 다리를 어떻게 지나갈지 궁금하다. 애초에 어디에서부터 정비를 시작했는지 돌아서 다시 상류 쪽을 로 갈 것인지, 상류 어디까지 정비를 할 것인지도 궁금할세. 궁금한 게 많기도 하다.


출근길은 강을 따라 내려간다. 동해로 흘러 내려가는 하천 옆에 도로가 놓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지류가 만나고 강이 넓어지는 걸 보게 된다. 그리고 물이 흘러가며 내려놓은 흙을 만난다. 물과 흙이 만든 작은 평야, 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도로는 물길을 만나기도 하고 물이 만들어 놓은 들판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들판에 서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볼 수 없다. 가로막은 높은 장애물, 사람이 쌓은 둑방 때문이다.


강이면 다 있는 높은 둑방은 강이 범람을 막기 위해 쌓았다. 어느 곳이나 물과의 전쟁을 위해 쌓여있다. 새삼 국가, 관의 힘이 자연에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강물이 함께 데리고 오는 흙은 높은 제방 때문에 주변 들에 흙을 내려놓지 못한다. 강에 흙이 쌓이는 이유일 테다. 그렇다고 둑을 허물수도 없다. 지어 놓은 집이며 농경지를 어쩔 것인가. 할 수 없이 정기적으로 장비가 하천에 들어가 흙을 파내야 한다.


둑방이 있는 한 하천 정비 사업은 계속된다. 포클레인과 같은 중장비의 활약도 계속 기대된다.


그런데 물길에 들어가 있는 포클레인은 정말 낯설다. 어두운 밤에 보니 좀 기괴하기도 했다. 풀들을 다 밟아놔서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누런빛으로 변한 누운 풀잎이 바람에 서걱거리며 가을 노래를 불러줄 것만 같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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