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트에서 해방되었지만

by 눈항아리

초등 2학년 복실이와 4학년 달복이는 주니어 카시트를 썼다. 그러다 한 달 전쯤 카시트에서 해방되었다. 신체 크기가 주니어 카시트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른처럼 안전벨트를 하기에는 불안하다. 몸통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끈이 목을 지나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누우면 기댈 곳이 없다. 차만 타면 잠이 드는 신기한 마법의 세계가 자동차 세계다.


둘을 다 만족할 제품을 찾았으니 안전벨트 인형이다. 장착도 아주 쉽다. 안전벨트에 벨크로를 떼어 붙이기만 하면 된다. 꼭 안고 기대고 잠자라고 흐뭇한 마음으로 달아줬다. 인형의 무게에 벨트가 조금 늘어지는 것도 같지만 아이들이 좋단다.


복실이는 인형을 뚝 떼어 하루는 집에 데리고 가서 잤다. 다음날 데리고 나와 다시 붙였다. 인형이 걸리적거려 꼬마들이 안전벨트를 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이들은 운전석 뒷뒷자리에 앉기 때문에 일일이 엄마가 가서 벨트를 매 주기가 불편하다. 적응이 되면 빨라질까?


삼 일째가 되던 날 급기야 아이들은 인형을 떼면 안 되냐고 그런다. 인형을 떼어 가지고 논다. 인형놀이판이 벌어졌다. 뒷자리에 앉아 재잘재잘 깔깔깔. 그들의 인형 놀이는 게임 속에서 처럼 싸움을 한다. 형님들은 조용히 하고 가자며 원성이 자자하다. 집에 도착할 무렵 인형이 차 바닥에 돌아다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충이라도 다시 붙여놓으라고 했다. 찍찍이 떼고 붙이기를 얼마나 잘 하는지 인형 놀이 후 정리도 착착 잘하는 어린이들이다.


안전벨트 인형은 보조 벨트가 아니었다.


인형은 인형이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잠잘 때 목을 못 가누고 벨트 선 하나는 목을 지나간다. 안전문제가 시급하다.


또 하나 준비한 건 안전벨트 가드다. 그건 오래전부터 사다 놨던 건데 인형과 함께 달아주려고 하니 손이 많이 간다. 벨트 장착 후 똑딱이 단추 몇 개를 잠가야 한다. 엄마가 해주면 금방이겠지만 뒷뒷자리까지 매번 커다란 몸을 구겨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수고로움 감당해야 한다. 그래도 오늘부터는 인형을 떼고 벨트 가드를 장착해 보기로 했다. 몇 번 해주고 아이들에게도 연습을 시켜야겠다. 안전이 확보가 되어야 운전에도 집중할 수 있다.


안전 운전!


큰 아이들은 주니어 카시트 이후 바로 벨트를 맸다. 초등 고학년이 되며 폭풍 성장을 하는 바람에 안전벨트 가드를 하거나 인형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쉬는 날 없이 일을 해서 차 타고 어디 갈 일이 없기도 했다. 큰 아이들 키울 때와는 다른 상황 큰 아이들은 출발이 늦어지는 아침 시간이 불편할 뿐이다. 벨트를 안 매면 출발을 안 하는 고지식한 엄마 때문에 오늘 아침도 짜증을 낼지 모르겠다.


그래도 얘들아 안전이 최우선이란다.


아침 등하굣길 매일 차를 타는 우리에게 안전벨트는 생명벨트다.


인형은 인형이 되어버렸고 머리를 붙잡아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머리를 시트에 묶어둘 수도 없고 머리받이, 머리 가드든 뭐든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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