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어오는 아침 들녘을 달린다.
논두렁으로 금을 긋고 내 땅 네 땅이란다.
벼 베고 나자 남은 밑동 텅 빈 논에 황량하게 남았다. 가지런히 누운 볏짚 위로 까치 서너 마리 앉았다. 논머리에 가만 앉아 지푸라기 내음 맡고 싶으다.
농부의 발자국, 새들의 발자욱이 추억 속 노란 물장화 신은 내 발자국과 섞인다. 질퍽이는 진흙이 엉기어 짙어진다.
드문드문 물 웅덩이는 하늘을 비추고 구름이 대지 위를 점점이 흐른다. 끄트머리 논배미에 청보리 닮은 새싹이 올라온다.
부지런한 어느 농부는 벼 벤 후 땅을 갈아엎었다. 말끔하게 비워지고 지독하게 다듬어진 진회색빛은 조금 심심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까만 물빛 위로 가로등 불 아롱져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