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돌봄 교실에서 문자가 왔다.
**초등 돌봄 교실입니다.
전화 부탁드립니다.
부재중 전화도 한 통 와 있었다.
2학년 복실이는 방과 후에 돌봄 교실에 간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선생님에게 전화가 오면 우선 걱정부터 된다. 어디 다쳤거나, 맞았거나, 사고가 생긴 것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전화를 했다.
“어머님 복실이가 배가 아프대요. 보건실 다녀왔고요, 지금 배에 핫팩 올리고 있어요. ”
그런데 왜 아이는 핫팩을 배에 얹고 있을까? 핫팩 생각만 자꾸났다.
“당장 데리러 가겠습니다. 교문으로 보내 주세요. “
앞치마를 벗지도 못하고 핸드폰을 귀에 댄 채로 가방을 챙겨 들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차를 타고 바로 출발하며 ‘다행이다 다행이다‘ 를 속으로 외쳤다.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싸움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학교가 가까워서 다행이다. 엄마가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가게가 안 바빠서 다행이다.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다.
다행은 무슨.
얼른 달려갔지만 학교 근처 골목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는데 벌써 아이는 교문 앞에 나와 있었다. 배를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리고 엉거주춤 자세로 울먹인다.
“배가 아파. ”
교문 앞 모녀의 상봉이 눈물겹게 이어졌다.
“많이 아파? ”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배를 만져주었다. 배가, 배가.. 배가 나왔다.
엄마의 진료가 시작된다. 열 없음. 배가 많이 나옴. 아이보리 반팔 티셔츠에 떨어진 갈색 소스 자국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오늘 뭐 먹었어? ”
“짜장면! “
“맛있었나 보다? ”
“응 엄청 맛있어서 세 그릇이나 먹었어. 유리는 네 그릇 먹었어. ”
진료가 간단히 끝났다.
그렇구나. 면 요리가 나왔구나. 어른 보다 면을 더 많이 먹는 초등 2학년 복실이다. 학교 밥이 맛있다보니 가끔 생기는 일이다. 배가 아파 학교에 불려간 건 처음 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정말 빨리 많이 먹기는 했나 보다. 아이의 상태가 안 좋다.
아이를 데리고 와서 눕혔다. 바닥 난방을 따끈하게 틀어주고 이불을 덮어 줬다. 그냥 돌아서기 뭣해 배를 한 번 만져주었다.
“한 잠 자. “
아이를 눕혀 놓고 나가려다 다시 아이에게 돌아갔다.
“배 많이 아프면 엄마한테 전화해. “
5분도 안 되어 복실이가 전화를 했다. 식은땀을 흘리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다. 아이를 부축해 화장실로 갔다. 얼굴이 허옇게 변하기도 하고 머리가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힘들어하더니 모두 쏟아내고 아이는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두 시간 후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복실이는 왜 배가 아팠을까. 엄마가 내린 복실이의 진단명은 과식을 동반한 체함.
복실아 적당히 먹자.
천천히 먹자.
과식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