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도 졸리다며 밥상 아래 대자로 드러누운 복실이가 그런다.
“밥을 먹었는데도 잠이 안 깨. ”
똑똑한 오빠 달복이는 동생의 증상을 보고 바로 진단을 내린다.
“식곤증이야. ”
“식곤증이 뭐야? 병이야? ”
‘병은 무슨 병이야. 늦게 자서 그렇지. ’
아이들의 잠자는 시간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피곤이 덕지덕지 눈 밑에 붙었다.
어젯밤 집에 돌아와 복실이는 빨래 개는 엄마 옆에서 열심히 ‘공기놀이’ 연습을 했다. 복실이는 하고자 하는 일은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줄넘기 연습하기를 하루 만에 마스터했고, 아기 시절 훌라후프 돌리기도 연습만으로 마스터했다. 훌라후프 두 개도 거뜬히 돌린다.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그림도 잡았다 하면 시간과 공을 들여 잘하려고 애를 썼다. 풍선껌 불기, 풍선 크게 불기도 끈질긴 연습 끝에 기어코 배웠다. 복실이를 보면 끈기를 가지고 연습을 하면 무엇이든 되겠다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과정이 늘 원만한 건 아니다. 처음 배우는 게 서툴기 마련이다. 늘 그랬다. 처음 해서 안되면 몇 번 반복하다 씩씩거린다. 씩씩거리다 화를 낸다. 던졌다 놨다를 몇 번 하다 다시 반복하고도 안 되면 소리를 지르고 혼자만의 전쟁을 벌인다.
공기놀이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공기 알 다섯 개를 들고 던지고 잡고, 손으로 바닥을 쓸고, 콧구멍을 벌렁거리고, 혼자 쿵쿵거리고 열을 내더니 바닥에 널브러졌다. 왜 손등에 돌을 올리지 못하는지, 왜 던지고 잡기가 안 되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고작 다섯 개의 공깃돌에게 두 시간 만에 패한 복실이는 냅다 던져 버렸다. 그것을 모아 달복이가 또 연습을 했다.
우리가 공기놀이를 배웠던가? 세월이 흘러서인지 너무 자연스럽게 습득해서 그런지 기억에 없다. 아~~ 옛날이여! 친구들과 골목길 누비며 함께 뛰어놀던 그 시절이 그립다. 조만간 엄마의 공기 실력을 한 번 보여줘야겠다. 이단 꺾어 잡기 실력을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그럼 또 막 울까? 우리는 친구들과 참 재미나게 놀았는데 아이는 참 치열하게 공기놀이를 배운다. 게임은 배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던데 말이다.
공깃돌에게 패하고 끔뻑끔뻑 잠이 오는 눈을 하고 눈물범벅이 된 아이에게 팔 베개를 해줬다. 이부자리에 꼭 안고 누워 엄마 어릴 적 친구들과 공기놀이 하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기놀이. 친구집 마당에 서넛이 둘러앉아 진짜 돌로 된 공기알을 소담하게 무져놓고, 그 돌무더기를 공깃돌로 쳐내 밖으로 나온 돌을 주으며 놀았던 얘기를 해줬다.
소곤소곤 자장자장.
아홉 살 아기 재우기 성공.
과연
육아 세계의 끝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