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밥상 생활

by 눈항아리

식사 시간 모든 것에 관심이 있는 저입니다. 단 밥과 반찬은 제외입니다. 밥시간을 슬기롭게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고 싶습니다.


다람쥐 볼살을 만듭니다. 볼살은 한쪽으로 몰아야 합니다. 조금 있다 한쪽을 더 채워야 하니까요. 천천히 음미하며 씹어요. 손은 가지런히 내리고 차렷 자세를 유지합니다.


가끔 햄스터처럼 귀엽게 두 손으로 사각 김 한 장을 잡고 열 번에 나누어 잘라먹습니다. ‘귀엽게’ 가 포인트입니다.


김을 먹고 나면 바른 자세로 머리를 약간 갸우뚱한 후 멍 때리기를 시전 합니다. 길게 하면 부모님의 눈총을 받을 수 있으니 적당한 시간을 지킬 것! 먹는 것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척해야 합니다. 먹지는 않아도 이 방법이 꽤 효과가 있습니다.


귤 까기 신공을 선보입니다. 칼로 사과를 깎는 것처럼 길게 귤을 돌려 깝니다. 꽈리를 틀고 있는 뱀과 같은 모양을 만들고 싶으나 잘 안 됩니다. 짧은 뱀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노력하면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먹는 것 빼고 식탁 주변의 사물에도 늘 관심을 가집니다. 미니 인형 스파이더맨, 실은 연필 끝에 끼우는 인형이 보입니다. 가지런히 모았던 손을 올려 가지고 놉니다. 위험한 곳에 떨어지면 구해주기도 합니다. 작은 물건을 가지고 놀아야 합니다. 큰 것을 고르면 바로 어머니의 레이더망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입을 놀려야 합니다. 치아로 음식을 씹어야 합니다. 씹지 않는 걸 어머니께 걸리면 야단을 맞습니다. 커다란 밥과 싫은 반찬이 더해진 숟가락 공격이 입을 향해 대포 쏘아지듯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씹어야 합니다. 그런데 밥에 들어있는 이상한 검은 물질이 안 씹힙니다. 곤드레 나물이라고 하는데 풀은 밥에 들어가도 씩씩한가 봅니다. 질긴 나물을 질겅질겅 씹습니다. 껌 같습니다. 뱉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나물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에게 딱 걸렸습니다. 찌릿! 째려보는 어머니가 무섭습니다.


입에 든 밥이 영 줄어들지 않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양볼에 가득 밥이 차버렸습니다. 김을 한 장 더 들었습니다. 김을 뜯어먹기도 벅찹니다. 한 손으로 김 끝을 살짝 잡고 소금을 훑어 손가락에 묻힌 뒤 손가락을 빨아먹습니다. 앞 뒤에 소금이 아주 조금 줄어듭니다.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한입씩 베어 먹습니다. ‘한장김열번에먹기’ 방법입니다.


껍질 까 놓은 귤 조각을 하나 바닥에 떨어뜨려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호통이 바로 날아옵니다. 이런 제가 뭘 잘못했나 봅니다. 떨어뜨리지는 말 걸 그랬습니다. 음식을 버리면 안 됩니다. 순간의 선택이 밥상의 평화를 좌우합니다.


얼른 숟가락을 들고 밥을 세 번 연속으로 퍼 넣습니다. 목이 막혀 귤을 계속 입에 넣으며 과즙을 목구멍으로 흘려 넣었습니다.




아이의 밥 먹는 모습을 관찰하면 기도 안 찬다. 눈을 감을 수도 없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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