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인사
어제는 비가 왔다. 내일모레부터 또 비가 온다고 했다. 아버지는 깨타작을 다 못했다고 했다. 바싹 마른 들깨를 보며 아버지의 마음이 바싹 타들어 간다.
아직 몇십 마지기 농사를 짓는 아버지는 80 노인이다. 평생 벼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몇 해전부터 밭농사를 많이 지었다. 밭농사 기계를 덜컥 들여놓았고 마지기를 늘렸다. 논농사야 국가에서 수매를 하니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 한 해 날씨에 따라 수확이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다. 인건비라고 해봤자 기계가 대부분 해 주는 일이라 크게 필요치 않다.
그러나 밭농사는 다르다. 종자값부터 비료, 농약값도 들어가는 게 수월찮은데 인건비가 무지막지하게 나간다. 인력을 통해 들어가는 인건비는 시급을 따져 받아가는 수준과 비슷하다. 노동자가 받아 가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 농민에게서 나가는 돈은 적지 않다. 그나마 어느 날은 일꾼으로 부릴 수 없는 할머니들이 섞여 오기도 한단다. 계약 재배로 감자와 배추, 무 등을 심어 밭떼기로 계약을 해 오다 지난해부터 감자를 줄였다. 올해엔 배추를 먹을 것만 심었다고 했다. 검은콩을 심고, 들깨를 많이 심었다고 했다.
배추는 김장철이지만 가격이 안 떨어진다. 소비자가 사는 값은 그대로인데 농부 아버지는 배추 값이 없다고 했다. 배추가 좋은 것은 값을 받지만 김장배추로 알이 굵은 것이 얼마 없어 제 값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많이 안 심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요즘 들깨를 턴다고 했다. 어제 비가 와서 바싹 말린 들깨를 다 못 털고 쌓아놨다고 했다. 기계로 털다 시간이 더 걸려 오늘 도리깨질을 열심히 해 어머니도 아버지도 팔이 아파 죽겠다고 했다. 짧은 해를 탓하며 내일은 늦게까지 무져둔 들깨를 다 털어야 한다고 했다. 화요일부터 3일 간 비소식이 있어 내일은 늦게까지 들깨를 마저 털어야 한다고 했다. 이슬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깨를 털 수 없다. 해가 뜨고 10시쯤은 되어야 물기가 가신다고 했다. 짧은 낮 동안 부지런히 도리깨질을 하려면 아버지 어머니 팔이 남아나실까. 아프지만 해야지 어쩌겠어하신다.
들깨는 어디에 파냐 했더니 농협에 판다고 했다. 7만 원 선에 판단다. 우리는 8만 원에 아는 사람에게 6킬로그램 팔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인터넷 가도 알고 계신다. 8만 몇 천 원에 거래된다고, 일반 소비자는 9만 원 정도선에 거래된다고 했다.
깜깜한 저녁밥을 해 드셔야 하는 80 노인. 하루 종일 도리깨질을 해 댔을 어머니와 아버지. 어머니는 다 늦은 저녁 아버지가 좋아하는 잔치국수를 한다고 했다.
40넘은 딸은 팔이 아프다고 투정을 부렸다. 힘들어서 하루종일 잠을 자다 이제 일어나서 밥을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안 아프고 잘 지내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아이들이 감기 때문에 다 골골거렸다고 하소연을 했다. 아버지는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고 하였다.
코 닿으면 갈 거리에 살면서 딸은 전화로만 문안 인사를 한다.
글 쓰는 엄마를 보며 복실이가 다가와 엄마 눈이 촉촉하다고 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