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보나 Nov 09. 2024

아 커피 마시고 싶다

먹고 싶은 건 먹고 살아야지

아 커피 마시고 싶다. 참으면 병이 날지도 모른다. 커피를 못 마시니 머리가 아프다. 어제도 엊그제도 몸이 안 좋았다. 오늘도 나른하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심장이 열심히 일해서 몸은 이틀간 열심히 운동한 몸처럼 느끼나 보다. 저녁 즈음에는 살아났는데 커피 한 잔을 달라니 남편이 싫단다. 단 번에 거절당했다. 오늘은 참으란다. 물을 마시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 거린다. 아~~ 커피 마시고 싶다. 심장이 뛰면 200까지도 뛰는데 어제 엊그제는 그렇게까지 많이 뛰지도 않았다. 120bpm정도에서 쿵쿵거렸다. 약 먹고 누워서 괜찮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아이도 다른 활로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행 방향이 달라진 것일까. 커피는 오전에 한 잔, 낮에 한 잔을 마신다. 겨우 두 잔이다. 커피숍을 하니 자연스럽게 커피 머신에서 첫 잔을 뽑아 마신다. 점심 후 바쁜 시간에 한 잔은 보통 아이스로 마신다. 넷째 복실이를 낳고 이가 안 좋아서 찬 음료를 못 마시지만 빨대를 이용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잘 마실 수 있다. 어떻게 빨대 없이 살 수 있단 말인가.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은 약배전 된 원두를 핸드드립해서 마시라고 보통 말한다. 그래서 우리 가게 가장 약배전 된 예가체프를 남편에게 권유받았다. 그런데 난 계속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핸드드립보다 좋은 걸 어쩌란 말인가. 아메리카노는 일단 양이 많아서 좋다. 앉아서 호로록 계속 마셔도 줄어드는지 안 줄어드는지 모르게 계속 마셔도 된다. 찰랑거리지 않으니 한 손으로 다른 일을 하며 한 손으로 대충 잡아 후루룩 보지 않고도 마실 수 있다. 머그컵이 좋으면 핸드드립을 머그잔에 넣어서 마시면 되지 않을까? 핸드드립 엔틱한 잔이 눈앞에 줄줄이 있는데 다른 잔에 따르기 쉽지 않다. 그리고 머그잔에 넣으면 핸드드립 특유의 맛을 음미하기 쉽지 않다. 그냥 지금은 머그잔에 아메리카노가 좋다. 쉬는 날 집에서는 드립백을 먹는다. 양이 적게 나오니 아메리카노 잔에 물을 가득 부어 마신다. 가끔 더 먹고 싶으면 남편 몰래 복이와 믹스 커피를 타 먹는다. 얼음을 넣어 아이스로 먹으면 달달하니 맛나다. 믹스 커피 떨어졌는데 하나 사다놔야하는데. 단 음료는 별로 먹지 않지만 가끔 먹으면 꿀맛이다. 마트에서 시음으로 한 잔씩 타주면 줄을 서서 꼭 마시고 온다. 마트에 가는 경우도 많지 않고 커피 시음을 만나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러니 만나면 무조건 행운을 거머쥐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시는 음료는 커피가 전부다. (딱 하나 빼고) 내가 안 마시니 집에는 음료가 없다. 그 흔한 우유도 없다. 시리얼을 사면 우유를 사 와야 할 정도로 궁한 우유다. 과일 음료는 더더욱 없다. 피자, 치킨을 먹으면 콜라를 만날 수 있다. 살면서 딱 하나 마시는 음료를 못 마시니 많이 허전하다.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가득 부어 계속 들이키고 있다. 마음이 허전한 건지 커피의 자리가 허전한 건지 알 수 없다. 몸에 물이 차면 커피와 같은 효과를 내줄까. 커피 두 잔을 마시는 오전과 낮 동안 물을 거의 안 마시기는 한다. 물을 자주 많이 마시라는데 오늘은 정말 많이 마시는 것 같다. 물 배가 차서 배에서 출렁거리는 것 같다. 아 배부르다. 커피 말고 딱 하나 마시는 게 있는데 맥주 한 캔이다. 그것도 당분간 금지다 지난번 쓱데이에 가서 또 만원치 사서 안고 왔는데 냉장고 문에 쫘악 진열해 놨는데 쩝 아쉽다. 혼자 먹는 거라 줄어들지는 않지만 커피도 못 먹는 신세에 캔맥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어디 안 보이는데 옮겨놔야겠다. 눈에 보이면 먹고 싶으니. 커피 마시는 손님들은 좋겠다. 아 고프다. 커피 마시고 싶다고 투덜대는 글을 쓰고 있구먼 남편 사장 옆에 와서 말하길. “커피 마시지 마, 오늘만 참아. “ ”커피 아니고 물컵이오, 물 컵! ” 먹고 싶은 걸 못 먹으니 병이 날 것 같다. 아 커피 마시고 싶다. 내일은 오자마자 마셔야지. 못 먹기 전에 열심히 마셔야지. 몸이 안 좋아지기 전에 끊을 생각은 전혀 안 드는데 어쩌지. 그래도 먹고 싶은 건 먹고 살아야지. 덜 아파서 그렇지. 더 아프면 끊겠지.

작가의 이전글 배터리 충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