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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된 빨래를 꺼내 소파에 앉혀두고 출근했습니다. 빨래는 얼마나 수더분한지 모릅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불평도 없이 하루 종일 시골 마당을 내다보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빨래가 철천지원수같이 생각되던 때가 언제였던가요. 그땐 산과 같았는데, 기암괴석을 품고 있는 험한 산 같았는데 말입니다. 이제는 참한 색시같이 곱습니다.
내가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사물이 달리 보입니다. 그리고 사물 자체도 정말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아침에 빨래가 나오자마자 수건은 얼른 골라 개어 소파 한쪽에 쌓아두었습니다. 수건을 빼니 한 무더기 중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저녁에는 빨래 반 무더기만 남았습니다. 빨래 양이 적으니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소파가 비어 있으니 어때? ”
당연히 좋다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별 상관없다고 합니다. 소파는 그들의 관심 밖입니다. 빨래도 그들의 관심 밖입니다. 그들은 소파에 애정이 있는 것도 빨래가 원수 같지도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니 새로운 기쁨이 생길 리 없습니다.
세상 일에 관심을 두는 만큼 기쁨이 생기는 걸까요.
세상 일에 관심을 두는 만큼 고난이 쌓이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꼬마들은 빈 소파에서 점프를 하며 놉니다. 저들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 테지만 충분히 누리고 있습니다. 머리카락 휘날리며 얼굴에 기쁨이 철철 넘쳐흐릅니다.
‘내 소파 무너진다! 부서지면 달복아 네가 사줘야 해! ’
소파에게 공손하자,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