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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들의 도움 바라지 말아야 할까

by 눈항아리

주말이라 빨래 양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각자의 옷을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큰 아이 둘은 쌩하니 자신의 옷을 정리하고 사라졌습니다

달복이와 복실이는 자신의 옷을 할 것인지 수건을 갤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지요. 달복이는 옷을, 복실이는 수건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냥 옷을 갤 위인들이 아닙니다. 옷을 들고 휘두르고 싸움을 합니다. 복실이 괴물 소리가 들립니다. 오빠가 자꾸 놀려서 그런답니다. 달복이도 제 옷을 다 가져가 정리했습니다. 이제 복실이만 남아서 수건을 갭니다. 수건이 엄청 많습니다. 수건은 안 개고 하나씩 들어보며 숫자를 셉니다. 14.

“복실아 옷이 몇 개 안 보이는데 왜 수건을 개? ”

첫째 복동이가 물었습니다. 수건은 3분의 1을 갠 상태였습니다. 수건을 보고 옷을 다시 보고 복실이는 그제야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수건이 개기 쉬우니 생각 없이 수건으로 골랐나 봅니다. 옷이 적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나 봅니다. 복실이의 옷은 속옷까지 다 합해 5개가 안 됩니다. 몰랐다면 속이 덜 쓰릴 텐데 그걸 콕 집어주는 복동이 오빠입니다. 복실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솟아납니다. 눈물은 어찌 그리 잘 만들어지는지 신기합니다.

엄마가 소파 앞 빨래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달복이도 다시 투입되어 수건을 갭니다. 쌓으라니 자꾸 하나씩 늘어놓고 원룸을 만듭니다. 복실이는 또 잔소리를 하고 달복이는 신경도 안 쓰고 자신의 주위에 수건을 늘어놓습니다.

묵묵히 빨래를 개는 엄마를 보고 복실이가 그럽니다.

“엄마, 힘들면 쉬어요. 그러다 아프면 안 돼요. ”

‘딸아 엄마도 쉬고 시프다. 아프다. 머리가 어지럽다. 얘들아, 빨리 좀 개자. ’

꼬마들의 도움을 바라지 말아야 할까요? 시간이 곱절은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얘들아 빨리 좀 커줘라.


설마 다 커서도 괴물 소리를 내며 싸우는 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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