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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높은 산을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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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항아리

6분 대에 빨래 개기를 마쳤습니다.

이럴 수가!

빨래가 이다지도 사소한 일일 수가 있나요. 6분 이라니요. 애초에 정한 시간은 20분이었습니다. 그 안에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합니다.

태산처럼 느껴지던 빨래 산.

치우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태산이라고 이름을 붙였겠습니까.

그런데 6분 만에 없어지는 것이었다니요.

생각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란 아주 적은 노력으로 해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꾸 해서 쉬워지는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속도에 속도가 붙습니다.

이러다 대단한 살림꾼이 되는 건 아닐까요?


살림꾼이 빨래만 잘해서는 될 수 없지요.

김칫거리를 사 왔습니다. 배추 한 포기 만 원에 가까웠고, 열무 한 단에 사천 원입니다. 배추밭에 배추가 무수히 많고 출하가 되는 시기인데 왜 배추가 만 원일까 많이도 궁금하였습니다. 아무튼 김치를 너무 오랜만에 하니 재료를 모두 사 오고도 엄두가 안 나 내일로 미뤘습니다. 차근히 레시피대로 믹서기에 재료를 넣고 갈면 됩니다. 그리고 무치면 됩니다.

어렵다 하지 말고 쉽게 생각하자 다독여 봅니다.

요즘은 정말 하루를 풀로 뛰고 있습니다.

풀근무에 이어 ‘풀하루‘입니다. ’풀하루‘라니 그런 말은 못 들어보셨다고요? 맞습니다. 그런 말이 있을 턱이 있나요. 그만큼 바쁘게 산다는 말입니다. 하루를 잘게 잘게 쪼개서 열심히 이리저리 뛰며 살고 있다는 말입니다.


상대적으로 빨래의 위상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해야 할 일이 태산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산 넘어 산이지요. 굽이굽이 높은 산 천지입니다.


들깨 순 치듯 저에게 주어진 일을 모두 일렬로 세워놓고 한 번에 다 쳐버리면 좋겠습니다.


올해 들깨 순을 칠 때, 정원용 순 치는 기계를 들고 서서 앞으로 빠르게 전진하던 농부 남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보통 잔 가지 정리할 때 정원용으로 씁니다.



가을은 수제청을 만드느라 정말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바쁩니다. 그런 와중에도 아이들 챙기는 일, 집안일, 매일 하던 가게일 무엇 하나 놓을 수 없습니다. 정말 분신술을 펼친 것과 같은 가을을 보냈습니다. 잘 버텨준 나를 칭찬합니다.


저런 기계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포 영화에 나오는 무서운 상상은 하시면 안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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