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소파에 앉다

by 눈항아리

소파에 앉았다. 소파란 좋은 것이구나. 등을 받쳐준다. 앉아서 누울 수 있도록 목을 누일 수도 있다. 편안하다. 그러니 매번 새벽에 일어나 소파에만 앉으면 잠이 솔솔 왔구나.

일상 속에서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는 방법, 소파에 앉으면 된다. 소파에 앉으면 나는 대부분 발을 소파 위로 올린다. 바닥에 발이 닿게 하려면 허리를 펴고 소파의 앞쪽으로 엉덩이를 당겨 정자세로 앉아야만 한다. 편히 쉬라고 놔둔 소파에서 각을 잡을 필요가 없다. 그저 등과 목을 누이고 쉬면 된다.

뿌옇게 밝아오는 동쪽 하늘을 감상하고 소나무 사이사이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움직임을 감상하면 된다. 씩씩하게 자란 대파를 보며 흐뭇하다. 연둣빛에서 노란빛으로 색을 잃어가는 생강을 언제 다 파서 청을 끓이나 걱정도 한다. 터널에 호박 순도 걷어 내야지 생각한다. 소파 앞을 날아다니는 참새떼의 비행이 반갑다. 들깨를 다 주워 먹기 전에 털어서 다행이다. 잔디 반 잡초 반, 반반잔디 초록 풀 위로 하얀 부추 꽃이 청초하게 올라왔다. 잔디밭에서 올라온 게 아니다. 거실 창 사각 프레임 안에서 그림 같이 자란다.

알람을 듣고 일어난 남편은 느릿느릿 소파에 앉는다. 그의 하루는 소파에서 시작된다. 등과 목을 누이고 덜 깬 잠을 자는 것인지 눈을 반 감고 있다. 아니면 스스로의 명상법인가? 매일의 의식과도 같은 아침잠 깨우기는 신기하기만 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듯하더니 눈이 감겨있다. 그냥 더 자고 싶은지도 모른다. 빨래가 차지하고 있을 땐 얼마나 번잡스러운 아침을 맞았을까. 빨래를 해치운 내가 참 대견하다. 남편에게 멋진 아침의 시작을 안겨준 것만 같다.

부부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본다. 나무 위로 해가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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