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세 무더기가 쌓였습니다. 세탁기를 세 번 돌린 양입니다. 15분 알람을 맞춰놓고 빨래 개기를 시작했습니다. 다 개고 나서 알람을 잊었습니다. 한참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알람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세 무더기 빨래도 거뜬합니다. 자신감이 마구 솟아납니다.
옆에서 구시렁거리며 도와주려는 가족이 있어 더 힘이 납니다.
남편이 웬일로 앉아서 빨래를 갭니다. 아주 느립니다. 평소 ‘없다 없다’ 말이 많은 양말부터 짝을 짓습니다. 빨래를 마구 파헤칩니다. 평소에는 빨래를 다 개고 나서 우수수 낙엽처럼 바닥에 흩어져 있는 양말을 모은 다음 마지막에 양말 그림 찾기를 합니다. 방법이 다르면 어떻습니까. 효율만 좋으면 됩니다.
됩니다만 남편의 방법은 그리 능률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잔소리를 하면 안 됩니다.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꾹 참아 봅니다. 중간에 그만하겠다며 털고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남편은 몇 개의 양말을 찾아 짝을 맞추고선 투덜댑니다. 양말 짝이 영 안 맞는답니다. 자신의 양말이나 알아보지 다른 양말을 갠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수수께끼와 같은 양말의 세계에 들어와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긴 양말, 짧은 양말은 죄다 회색입니다. 발목에 있는 무늬에 따라 짝이 결정되고 단목 양말도 같아 보이지만 질감이 다른 두 종류입니다. 회색도 미묘한 색깔 차이로 다른 양말이 되고 무늬가 다른 양말이 부지기수입니다.
‘어떻소 여보, 양말의 세계에 들어와 보니 세상이 요지경이란 말이 딱이지요? ’
산 더미 세 개가 없어지는 동안 남편은 열심히 양말짝을 지었습니다. 칭찬합니다. 칭찬해야 합니다.
무려
양말 네 켤레!
짝을 지었습니다.
짝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