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할 생각이었다. 배추 세 포기가 든 망 하나를 마트에서 사 왔다. 밭에서 볼 때엔 행운의 금 배추로 보이던 것이 집에 데리고 오니 커다란 짐 덩어리가 되어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소파에 놓인 빨래 한 무더기는 예삿일이 되었다. 빨래를 얼른 없애치우고 김치 담그기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 잠깐 앉았을 뿐인데 일어나기 싫었다. 다리가 얼마나 아픈지. “찜질이 필요해 여보. ” 그렇게 말하고 김치 담그기를 다음 날로 넘겨 버렸다.
배추김치를 다리로 만들 것도 아닌데 그냥 하기 싫었던 게지. 늦은 퇴근길 아이들과 서둘러 오느라 양파, 쪽파도 못 사 온 건 그저 핑계다. 미루기 대장의 빛나는 활약 덕분에 빨래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할 일은 없어졌다.
“나는 다리가 아프오! ”
달복이가 고사리 손으로 아무 느낌 안 나게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찜질팩 못 봤어? ”
큰 소리로 온 가족에게 물었다.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다리를 들어 올리고 뭔가를 놓아주었다. 밤사이 남편의 활약! 찜질팩은 못 찾고 전기장판을 켜서 다리 아래쪽에 깔아준 것이다. 뜨끈뜨끈하다. 아 좋다. 역시 지지는 게 최고다. 온돌방 구들장이 생각난다. 나이가 드나 보다.
찜질이 필요할 땐 전기매트!
하루의 피로를 따뜻하게 풀어주었다.
고마워요!
주말의 밀린 빨래와 꺼내놓은 빨래가 베란다에 쌓여있다. 새벽의 빨래터는 부산한 기계음으로 가득하다. 아낙들 삼삼오오 둘러앉아 빨랫방망이 들고 빨래하는 듯 왁자지껄하다. 고생이 많다. 세탁기야, 건조기야. 소파에는 밤 사이 두 무더기의 빨래가 쏟아져 나와있다. 건조기, 세탁기의 빨래까지 더하면 오늘 저녁엔 총 네 무더기의 빨래를 개야 한다. 미루면 ‘따따불’이 된다. 괜찮다. 미루기 대장님은 ‘따따불’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