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돌탑을 쌓는 마음으로

태산을 옮기다 43

by 눈항아리


소파에 세 무더기 빨래가 쌓였다. 쌓인 빨래는 수월하게 갰다. 아파서 골골대는 남자 셋은 놔두고 복동이이와 열심히 갰다. 그나마 네 무더기 중 한 무더기의 빨래는 이불이라서 다행이었다.

수건으로 탑을 쌓고, 아이들 옷으로 탑을 쌓았다. 식구들 수만큼 탑의 개수가 늘어났다.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비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


지극 정성을 다해야 하는데 좀 대충 했다. 돌탑에는 돌 하나를 정성스럽게 놓으며 정성스럽게 마음을 다해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인데.


‘나도 돌이 하나만 있다면 정성을 다하겠소. ’

팔 다리가 쑤셔 아이의 이름을 크게 불러대며 서랍장 정리를 각자에게 맡겼다. 골골대는 아들들도 각자의 빨래는 가져간다. 빨래로 만든 탑은 곧장 서랍장으로 들어갔다.

어떤 이는 돌탑 3000개를 쌓아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는데 나는 빨래탑 몇 개를 쌓으면서도 얼렁뚱땅 대충이다. 다음엔 정성을 들여 차곡차곡 쌓자. 또 아는가, 산신령님이 곱게 쌓은 정성을 갸륵하게 여겨 가족의 평안을 선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성이 모이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빨래를 개는 작은 손길에 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루기 대장은 ‘따따불’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