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파의 유혹

by 눈항아리


잠자는 시간이 늦어졌다. 주부의 할 일은 밤에도 계속된다. 복실이의 눈이 껌뻑껌뻑 한다. 혼자 못 자는 어린이는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는 재워줄 사이가 없었다.

소파 위의 빨래를 바닥으로 밀어 두고 이불을 가져와 누우라고 했다. 소파가 자신의 의무를 톡톡히 해 내는 순간이다. 소파는 푹신한 침대가 되어 아이를 포근하게 안아 주었다. 아이는 엄마가 빨래 개는 걸 구경하며 누워 있었다. 그래도 눈은 절대 감지 않았다.

12시가 되었다.

아이들도 막 잠이 들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소파는 편안해 보인다. 눈이 감긴다. 소파에 앉으면 바로 머리를 누이고 잠이 들 것 같았다. 소파에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루의 고단함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한쪽의 책을 읽지 못했다. 소파 대신 딱딱한 의자에 앉아 펜을 들었다. 책 세 장을 겨우 넘기고 책상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고된 하루였다. 고된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고된 하루를 보람차게 만드는 것은 나에게 달렸다. 힘들어도 나는 늘 깨어있는 사람이 될 거다. 고된 삶에 휩쓸리지 않겠다.

아침의 알람이 울렸다. 나는 알람 설정을 해놓지 않는다. 두 개의 알람이 아침이라고 알려준다. 하나는 복이의 알람, 하나는 복동이 방에서 울리는 경고음. 아이들 알람이 아니었으면 못 일어날 뻔했다. 복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다.

다섯 시간 전에는 눈이 마구 감겼다. 피곤한 몸이 사람을 결사적으로 만들었다. ‘책을 읽고 자리라! ’ 이런 굳은 마음이었는데, 고작 다섯 시간을 자고 일어났는데 밤이 지나가 버렸다. 밤이란 지나가는 것이구나. 피곤한 몸이 이렇게 또 회복이 되는구나. 잠이라는 녀석이 신통방통하다.

아침은 희망차다. 소풍날 아침이 밝았다. 서울 가는 복이를 깨워야겠다. 오늘은 6시 30분에 집을 나서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돌탑을 쌓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