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어슬렁거리다 장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주말의 집은 세탁기가 집사가 되어 열심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소파에 가득 자신의 결과물을 내뱉어 놓았더군요. 한 번이 아니고 세 번에 걸쳐 쌓아 놓은 빨래가 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인증이라는 수단이 있어 강제로 움직여 봅니다. 인증이라는 건 일부 나의 의지가 들어있으니 하기 싫다와 하겠다의 중간 어느 지점에 있습니다. 그러니 안 움직이는 발걸음을 떼도록 조금 등 떠밀어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태산이 쌓여있는 소파에 앉았지요. 빨래를 밀어 두고 앉아 달복이와 복실이가 거실에서 닭싸움하는 모양을 한참 봤습니다. 아이들의 떠나갈듯한 웃음소리가 이 소파를 지켜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외발로 쿵쿵거리며 뛰어다니는 시간이 지나고 바닥에 빨래를 모두 밀어 떨어뜨렸습니다. 떠들썩한 거실의 빨래터로 아이들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우리의 빨래를 갭니다.
복실이가 자신은 오빠들만 있어서 친언니가 없다고 불평을 합니다. 자기가 아이를 낳으면 이모도 없고 고모도 없다고 합니다. 냇가 빨래터의 아낙들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사내아이들은 이모, 고모에는 관심이 없고 옆에서 혼자 게임하는 아빠와 게임 이야기를 합니다. 모두 빨래터에 모여 빨래를 개는데 혼자 열심히 게임을 하는 남편이 대단해 보입니다. 게임을 중간에 끊을 수 없다나요?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합니다.
빨래도 설거지도 10분의 알람이면 끝납니다. 더 하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한 명 빼고 모두의 노력이 모여 거실 정리를 마쳤습니다. 남편에게도 자신의 빨래를 서랍장에 넣으라고 하였지요. 빨래 개는 건 안 해도 넣는 건 잘하겠지요. 당신을 믿어요.
등 떠밀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좋은 겁니다. 잘할 수 있지요? 그럼요. 그 정도야 할 수 있습니다. 나도 남편도 그렇습니다.
엊저녁에는 한 무더기의 빨래를 처음으로 놓아두고 잠들었습니다. 그래서 쉬어야 할 일요일, 거대한 빨래 더미를 마음먹고 치웠습니다. 늘 파이팅 하기! 즐거운 주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