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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를 부리되 결과를 생각하자

by 눈항아리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다.

새벽의 소파는 말끔했다. 다 된 빨래가 나오기 전 서둘러 인증 사진을 찍었다. 꼼수란 이런 것이다. 미뤄봤자 몰아서 저녁에 모두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 안 하는 게 기쁘단다. 어제 늦은 밤 빨래 정리를 하고 잤기 때문에 덕을 보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내 덕을 내가 좀 보는 것인데 꼼수 정도는 부릴 수 있지 않을까?

무슨 수를 쓰든 그건 내 인생인걸. 내 인생의 균형을 맞춰 나가는 건 바로 나다. 오늘 움직이면 내일 더 수월하다. 반대로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나중에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꼼수를 부리되 늘 따라올 결과를 생각하기로 하자. ​


소파 사진이 많이도 찍혔다. 소파 사진 말고도 많은 사진이 사진첩에 빼곡하다. 나의 하루가 이렇게 많이도 쌓이는구나. 앨범을 보며 생각한다. 그러나 그 많은 사진들도 그냥 사라져 버리고야 만다. 공들인 사진이 아닌 바에야, 한 번 들춰 보기나 할까? 찰칵 찍고 한 번 보는 게 다인 인생이 핸드폰 속 사진 한 장의 평범한 인생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연스레 잊힌다. 그런 사진을 가져다 글을 지으면 생명이 부여된다. 똑같은 빈 소파가 마흔일곱 개. 그러나 매일 다른 이야기를 가진 서로 다른 소파로 탄생한다. 사물이 그러하고 나는 더욱 그렇다.

매일의 나로 이야기를 지으면 자연스레 잊히는 인생사가 아닌 특별한 내가 되는 것 같다. 누구나 본래 특별하지만 잊고 산다. 매일이 같은 것 같으나 사진 한 장 한 장이 다르듯 우리의 매 순간도 모두 다르다. 그 순간을 특별하게 더욱 다르게 만들어 내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나의 임무다. 세상에 대고 외쳐야 내가 여기 있는 줄 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나도 꽤나 묵묵한 사람이다. 그러니 확성기에 대고 소리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손으로 이렇게 두드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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