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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이 삶의 무게를 배워가다

by 눈항아리


빨래를 많이 개는 아이는 불만이 생긴다. 복이는 빨래를 개야 했고 동생들이 안 개고 노는 것이 못마땅했다. 자신의 손이 더 빠른 것이 불만이었고 엄마가 힘든 것을 아니 안 할 수도 없어서 불만이었다. 동생들을 다그쳤다. 빨리 와 빨래를 개라고 했다. 복실이는 왔지만 달복이는 안 왔다. 달복이는 팔자 좋게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치사한 녀석.

자기 옷만 개고 가라고 엄마는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 엄마가 다 개는 것을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안 그러던 복이가 어제는 유독 자신의 옷을 갠 후 수건도 개고 이것저것을 알아서 서랍장에 가져다 넣었다. 그러면서도 동생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니 억울한 거였다. 모르고 안 보이면 더 안 할 일인데 복이도 세상 물정이 눈에 보이는 시점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집안일은 아이들도 하게 된다. 큰아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는다. 아이들은 대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왜 자신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삶의 불합리를 배워가고 있었다. 그냥 쌩하니 운동을 하러 나가면 될 것을 괜히 엄마 혼자 개는 빨래가 눈에 밟힐 게 뭐람. 엄마의 아픈 팔이 눈에 들어오는 나이가 된 자신이 싫기만 하다.

복아 빨래 개면서 스트레스는 안 받으면 좋겠어. 엄만 네 옷을 스스로 정리해 주면 그것으로 족하단다. 투덜거리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이 족한 만큼만 집안일을 하면 좋겠다.

매일 퇴근 후 바로 옷을 개키는 일은 가족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큰 아이들에게도 집안일이 짐이 되지 않도록 조율을 잘해야겠다.

세상에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을 의무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의무가 늘어나고 책임이 무거워진다. 복이가 그 무게를 조금씩 알아가는 걸까. 삶의 무게는 더 무거워질 텐데 아이가 조금 더 천천히 알아가도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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