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빨래 없는 소파를 마주했다. 드디어 빨래 개는 속도가 빨래 빠는 속도를 추월한 것일까. 아니다. 한 번 혹은 두 번 빨아야 할 빨래가 베란다에 대기 중이라 그렇다. 건조기의 빨래를 미처 꺼내놓지 못해 다시 건조기를 돌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빨래가 없어 빈 소파에 복실이가 오자마자 누웠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복실이의 옆자리에 남편이 앉았다. 빨래 없는 틈을 이용해 빈 소파를 차지한 것이다. 복실이가 자러 들어가고 다시 빈 소파에 빨래가 쌓였다.
빨래에게 이겼다고 자축할 것 없다.
빨래가 밀렸다고 자책할 것도 없다.
빨래 갤 것이 하루 없다고 좋아할 것도 없다.
소파의 숙명이란 그저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빨래든 사람이든
소파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비었다고 좋아할 것도 없고
쌓였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
비었다고 호들갑 떨 것도 없고
쌓였다고 짜증 부릴 것도 없다.
그리고 편한 자리에 무임승차한 그들을
내 딸아이 보듯, 남편 보듯 아름답게 보아도 된다.
살림살이가 그러하다.
삶이란 그러하다.
우리네 인생이란 그러한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