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는 기다렸다.
인간들이 집에 돌아오기를.
소파에 앉아 엉덩이로 지긋이 자신을 누를 때면 기분이 영 찜찜했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빈 집을 지키고 있자니 심심하고 무료했다.
세상이 정지된 듯했다.
아이들이 뛰어도 좋으니
네 명이 한꺼번에 앉아도 좋으니
인간이 어서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따뜻한 온기가 그리웠다.
따뜻한 빨래가 건조기에서 나오면 잠시 잠깐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줄 뿐이었다.
빨래 말고
소파는 인간을 원했다.
소란스러운 그들의 음성이 떠들썩한 그들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홀로 정적은 참기 힘들었다.
밤이 땅까지 내려온 지 한참이 지났다. 동쪽 산으로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소파는 부산한 가족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떠오르는 커다란 달을 보았다. 마당을 비추는 밝은 가로등 불 뒤쪽 컴컴한 하늘을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가족들이 들어왔다. 누구 하나 소파에게 잘 있었냐는 인사는 없었다. 인사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누구 하나 소파에 와 앉으면 그것으로 위안이 될 것 같았다.
곧 빨래가 바닥으로 밀려 내려가고 큰아이 복동이가 소파에 앉았다. 소파는 하루 종일 그들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곧 그것을 후회했다. 그 아이의 방귀가 소파에 훅 퍼졌기 때문이다. 소리 없는 방귀를 느리게 뿜으며 녀석은 빨래를 갰다.
“인마 내려가서 개라. ”
소파는 생각했다.
‘왜 그들을 기다렸을까. ’
그리고 말했다.
“인마, 앉지 말고 화장실에 먼저 가라. ”
소파의 생각과 말소리가 가족들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