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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아침은 차다

by 눈항아리

이른 아침 소파에 앉았다. 지난밤 빨래를 돌리고 깜박 잠이 들어 건조기에 막 빨래를 넣은 참이었다. 기계음을 잔잔한 음악 삼아 들으며 소파에 등을 기대고 목을 기댔다. 찬기가 목을 타고 전신을 감쌌다.

소파란 참 신통한 녀석이다. 차디찬 기운은 어디로 갔는지 금세 사라지고 노곤하니 눈이 감긴다. 이 맛에 소파에 앉는구나. 우리 집 식구들도 잠을 깨려고 소파에 앉는 게 아니라 잠자는 기분을 더 느끼려고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기대어 앉는가 보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창을 보았다. 먼 동이 터온다. 주황빛 물드는 하늘이 산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들어 준다. 지붕과 하늘의 경계가 뚜렷이 보인다. 밤과 아침이 공존하는 시간 밤이 어둠을 붙잡는다. 아침은 빛을 데려온다.

아침이 떨치고 일어나려면 어둠을 밟고 일어나야 한다. 빛을 발하려면 용기를 내야 한다. 어둠이라는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서라. 아침의 밝음이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소파를 떨치고 일어나려면 또한 큰 용기가 필요하다. 편안함을 떨치고 일어서라. 잠을 떨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라. 스스로 일어나 스탠드 불을 밝히고 딱딱한 의자에 앉은 나를 칭찬하다.

소파는 몸을 기대게 해 주고 등을 데워주었을 뿐인데 따뜻했지. 딱딱한 의자는 등받이도 없네. 온 사방에서 찬 기운이 침입해 온다. 겨울의 아침은 차다. 외투를 하나 걸치면 될 것을. 담요를 하나 가져다 덮으면 될 것을. 잠깐 일어나기가 귀찮아 코를 훌쩍이며 오들오들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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