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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가족

by 눈항아리

소파는 잘 있다. ‘금요일은 밤이 좋아.’ 게임의 주말이 밝았다. 남편과 아이들은 소파에 줄줄이 앉아 게임을 했다. 세 명이 앉아 묵직한 무게로 지긋이 내리눌렀다. 소파가 푹 내려갔다.


소파야 모든 무게를 감당하느라 네가 고생이 많다.

퇴근하자마자 남편이 1번, 그다음은 복동이, 그다음은 달복이었다. 복이는 자전거를 타러 가서 오지 않았지만 새벽에 와 합류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들은 게임에 진심이다. 나는 알아듣지 못하는 세계지만 남편이 알아들어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만 빼고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있다. 부모 한 명이라도 낀 것에 만족해야겠지.


‘어찌 아이들을 잘 컨트롤해 보시오. 거기서 즐기기만 하지 마시고요. 여보! 들리시오? ’


들릴 리가 있나. 함께 즐기는 남편 또한 게임에 꽤나 진심이다.


소파는 앉아있는 가족들의 게임 세계를 가만히 앉아 들여다보았다. 현란한 음악과 영상과 손가락 놀림이 예술이었다. 집중도와 몰입도가 뛰어났다. 작은 화면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사람들은 얼굴부터 게임 속으로 흡수될 것 같았다. 이미 정신세계는 게임 속에 들어가 있으니 흡수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파는 가족들의 무게를 굳건히 버티었으나...

처음에는 지긋이 앉아 누르는 무게감이 그럭저럭 견딜만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장기전이 되자 힘들어졌다. 한순간에 푹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소파의 생각-

‘아이고 내 소파 푹 꺼지겠네. 이제 그 게임 그만 좀 하고 주무시오! ’

옆에 있었으면 이렇게 말해줬을 텐데. 먼저 잠이 들어 소파를 지켜줄 수 없었다. 다행히 소파는 밤사이 안녕하였다. 다행히 어젯밤엔 안 내려앉았다.

아침에 남편은 또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지정좌석에 앉았다. 토요일 아침은 느긋하게, 정신도 말짱하게 앉아 핸드폰으로 뭔가를 본다. 소파에게 1인 정도는 가벼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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