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는 집에 오자마자 소파로 직행하였다. 아빠의 지정좌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독서를 한다. <데드 파더스>를 읽는다. 만화책이 아닌 책이다. 잠뜰 소녀가 나온다. 글씨가 많은 책이다. 진짜 책 맞다. 오! 멋진 우리 복실이!
그런데 편하게 앉은 아이의 옆으로 빨래가 한 무더기 쌓여있다. 나는 빨래를 개야 하는데 딸아이는 세상 편하게 책을 읽는다. 그것도 엄마가 정성을 다해 지키고 있는 소파에서 말이다. 어느새 달복이도 복실이의 옆에 와 앉아있다.
“엄마 빨래 개야 해. 얼른 내려와. 빨래 안 갤 거면 얼른 씻어. ”
복실이는 로라에 올라타고 나는 빨래를 갰다. 소파에 잠시 앉아 쉬는 아이에게 왜 심술을 부렸을까. 제 할 일을 안 해서? 빨래를 개려니 마음이 뒤틀려서? 가장 큰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소파에 욕심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소파를 자꾸 생각하고 돌보다 보니 물건을 넘어 애지중지를 넘어 애착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이가 로라에 앉으면 되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도 대수롭지 않은데 왜 소파에 앉아 책 읽는 아이를 벌떡 일어서게 만들었을까.
물건에 이상한 욕심이 생긴 엄마의 이상한 명령.
“소파에서 책 읽지 말고 당장 일어나! ”
소파는 요즘 나에게 중요하다. 나 혼자만의 소유가 아닌 걸 알면서 왜 심술을 부렸을까.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난다. 애정이 과하면 집착이 된다. 물건을 물건으로 보아야 한다. 소파를 소파로 보아야지 그것에 인격을 씌우니 더욱 마음이 가는 것일까.
허한 마음을 소파로 채울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채우자.
그러나 저 소파를 차지하고 있으면 편한 걸 어쩌란 말인가. 소파가 너무 잘나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