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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빨래가 쏟아져 나온다

by 눈항아리


일요일은 빨래 양이 많다. 태산이 수시로 높아진다. 팔이 아파 난감했는데 남편의 빨래 개라는 한 마디에 아이들이 바로 거실로 모였다. 내가 부르면 안 들린다고 하던데, 내가 일을 시키면 뭉그적거리던데. 아빠의 말에는 어찌 그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큰 아이들의 지휘 아래 각자의 할당량이 정해졌다. 복실이는 양이 많아 보이는 수건을 척척 갠다. 큰아이 둘이서 엄마, 아빠의 옷을 나누어 맡았다. 달복이는 숙제를 하느라 바쁘다. 나는 손을 놓고 옆에 앉아 수다를 떤다.

남편은 자신의 옷을 갤 생각이 없다. 누구 하나 아빠에게 옷을 개라고도 하지 않는다. 아빠의 권위가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집 안팎으로 아빠의 일이 너무나 많은 것을 가족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든 힘든 일 때문이든 아이들을 움직이는 기술은 샘날 정도로 부럽다.

숙제하던 달복이의 옷과 양말만 남았다. 달복이는 제 옷을 개고 양말은 바닥에 널어놓고 쌩하니 도망갔다. 내 손으로 양말을 정리하며 달복이가 제 할 일을 안 했다고 생각했다. 도망간 달복이에게 형들과 엄마가 네 몫의 빨래를 안 갰지 않느냐고 하니 세상 억울한 표정이었다. 양말은 짝을 지어놓았다는 것이다. 아이는 양말을 갤 줄 몰랐다. 늘 양말 짝만 찾았었다. 그건 모르고 타박을 했으니 억울할 만도 하다.

1차로 낮에 빨래를 없앴다. 아이들의 노력 덕분이다.

일요일은 하루 종일 빨래가 쏟아져 나온다. 모두의 게임을 하고 있는 중 나 혼자 두 무더기의 빨래를 정리했다. 그리고 소파가 비었을 때 얼른 인증 사진을 찍어야 했다. 또 돌아가는 빨래가 금방 쏟아져 나올 터였다. 소파를 차지하고 앉은 복이와 복동이에게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자 바로 일어난다. 오! 카메라를 들이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소파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다시 게임 위치로 돌아갔다.

아침의 소파에는 또 두 무더기의 빨래가 쌓였다. 밤사이 건조된 한 무더기의 빨래를 더 쌓아서 두 무더기를 완성했다. 지금도 건조기에는 한 무더기의 빨래가 건조되고 있다. 복이가 빨아달라고 한 외투인데 다 안 마를 것 같다. 오늘 안 입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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