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인간적이어야 한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완벽함을 추구하되 조금은 모자란 구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제는 퇴근이 늦었다. 늦은 김에 그랬는지 빨래보다 운동이 먼저가 되어서 그랬는지 빨래를 후순위로 미뤘다. 미루면 못 하고 안 할 확률이 크다. 그럼 아침에 개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깜깜한 거실에 불 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새벽부터 식구들을 다 깨울 일이 있나? 핑계를 대면 꼬리를 물고 물고 줄줄이 나온다. 이런 자기 합리화에 특화된 것이 또 인간의 매력이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하루 쉬어가기로 했다. 태산을 옮기는 일을 오늘 하루는 쉬자. 인간적인 매력을 뽐내기 위한 일이니 하루 정도는 투자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제 꺼내놓은 빨래 한 무더기와 건조기에 돌아가는 빨래 한 무더기와 세탁기에 지금 다 돌아간 빨래 한 무더기를 합하면 저녁엔 총 세 무더기의 빨래산을 옮겨야 하니 오늘 저녁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어제 유자청을 시작했다. 택배가 한꺼번에 오는 바람에 유자 두 박스와 모과 세 박스가 한꺼번에 왔다. 나는 박스 부자가 되었다. 당분간은 더욱 몸만들기에 매진해야 한다. 몸을 보존하자. 그리하여 실내 자전거에 마음이 먼저 갔는지도 모른다. 오늘 대설 특보가 있다. 눈이 온다니 가을은 이미 물 건너 갔는데 나의 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자가 얼마나 좋은지 받자마자 두 박스를 같은 농장에서 시켰다. 모과는 얼마나 큰지 모른다. 빨리 씻어서 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이런 노동에 심취한 몸뚱어리 같으니.
큰 것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리뷰를 남기려고 찍어둔 사진이다. 10킬로그램에 14~15과를 선택했는데 이렇게나 클 줄 몰랐다. 바로 작업하면 딱 좋겠는데, 유자를 하나를 얼른 작업하고 내일 마구 썰어줘야겠다. 이렇게 큰 모과는 처음이다. 모과도 유자도 좋은 물건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소파를 지키는 일은 하루 쉰다. 태산 옮기기는 하루 쉬지만 세탁기는 계속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