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흔들립니다. 이틀 전 아침에 아빠에게 말했지요. 아빠는 며칠 더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그 소리를 듣고 당장 치과에 가자고 했습니다. 치과는 정말 싫습니다. 아빠가 뽑아주는 게 저는 좋습니다. 치과를 생각하면 망치와 펜치 같은 무서운 연장을 든 의사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노려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습니다. 이는 마구 흔들흔들거렸습니다. 밥을 씹어먹기 힘들었는데 엄마는 자꾸 씹으라고 하고 빨리 먹으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내 입속이 어떤 지경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많이 서운했습니다.
피아노 학원에서 가요대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겨울 방학 동안 연습한 피아노곡을 연주합니다. 그리고 컵라면 파티를 한다고 했습니다. 육개장, 짜장범벅, 새우탕, 신라면... 전 뭘 먹을까 고민됩니다. 행복한 고민이지요. 육개장이 그래도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호로록 입 속으로 들어오는 면발은 재미납니다. 육개장 용기를 조심스럽게 양 손바닥으로 잡으면 따끈따끈합니다. 뜨거운 건 싫은 데 왜 육개장 컵은 좋은 지 모르겠습니다. 짭조름하고 매콤한 국물 한 모금 들이키면 캬아~~.
피아노 선생님은 우리의 즐거운 축제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해 주셨습니다. 마이쮸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 거리고 있었지요. 순식간에 마이쮸가 제 치아 하나를 가져갔습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려던 걸 재빨리 손바닥에 뱉었습니다. 구사일생이 이런 의미일까요? 저 살았습니다. 이가 목에 걸렸다면, 꿀꺽 뱃속으로 들어갔다면 전 당장 병원행이었겠지요? 휴 ~~ 다행입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피아노 선생님이 막 제 육개장에 물을 붓던 순간이었습니다.
“엄마 이가 빠졌어요. 마이쮸 먹다 빠졌어요. 목으로 넘어가려던 걸 잘 잡았어요. 잘했지요? “
“잘했네. 라면은 먹었어? ”
“선생님이 이제 막 물 부어 주셨어요.”
”바로 음식 먹으면 안 되는데... 라면은 못 먹겠다. 어쩌지? “
흑흑 저는 어쩌지요? 라면은 다른 사람 차지가 되었어요. 대신 선생님께서 컵라면 하나를 따로 챙겨주셨어요. 못 마신 음료수도 하나 덤으로 주셨지요. 그래도 하나도 안 좋았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컵라면 파티였거든요.
그렇게 제 왼쪽 중간쯤에 박혀 있던 치아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개학을 했지만 새로운 이는 나오지 않았어요. 뻥 뚫린 공간으로 씹을 수 없으니 참 고역이었지요. 한쪽으로 밥을 물고 천천히 씹어 먹으면 엄마가 이가 없는 다른 쪽에 반찬을 넣어줬어요.
‘엄마 제 입 사정 좀 봐주세요. 네? ‘
개학을 하고 한 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빠진 이는 올라오지 않고 잇몸이 아픕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는데 이가 나오려는지 도통 아파서 뭘 먹을 수가 없어요. 그런 사정도 모르고 이번에는 반대편 이가 흔들거렸습니다. 저는 어느 쪽으로 밥을 먹어야 할까요?
아침의 밥을 받아 들고 묵념합니다. ‘오늘도 아프지 않게 씹어먹을 수 있는 힘을 주세요. ‘ 큰형이 다 먹고 일어납니다. 복실이가 다 먹고 일어납니다. 엄마는 냄비째 들고 먹다 저를 찌릿 째려봅니다. 그러더니 자꾸 뭘 입에 넣어줍니다.
“어머니 제 입이 좀 힘듭니다. 이가 또 흔들려요. 아파요. 이가 안 난 쪽도 잇몸이 부어서 아파요. ”
어머니는 그 말을 듣더니 저녁에는 죽을 해줄까 합니다. 전 죽은 싫습니다. 그냥 밥을 먹겠다고 했지요. 세 숟가락 정도 밥을 먹었습니다. 반찬은 하나도 못 먹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로제 파스타 소스에 버무려진 마카로니도 못 먹었는데 밥시간이 끝났습니다. 그냥 남겨진 밥과 반찬을 보고 큰형이 눈을 부라리며 말합니다.
“밥 다 못 먹으면 혼난다! “
형은 무섭습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어쩔 수 없이 앉아서 천천히 밥을 씹어먹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는 자꾸 일어나라고 하고 형은 왔다 갔다 하며 무섭게 쳐다보고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빠와 형은 먼저 출발했습니다. 요즘 매일 아빠 차를 타고 학교에 갔는데 저만 버려두고 트럭이 떠나버렸습니다. 힘이 쭉 빠졌습니다. 엄마는 그런 저를 보고 갈아입은 옷을 정리하라는 겁니다. 옷정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전 아빠차를 못 탔다고요!
저는 침울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엄마 차를 타고 학교 근처에서 내렸지요.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한 시간이었습니다. 엄마 손도 안 잡아주고, 엄마가 안아줘도 대꾸도 안 하고 교문을 들어섰습니다.
제 이가 아픈데 왜 아무도 안 알아주는 거죠?
달복이의 입 속 사정을 알아주지 못한 저는 교문을 들어서는 달복이의 굳은 얼굴을 보며 반성했습니다. 저녁엔 달복이가 좋아할 만한 죽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닭죽을 끓여 볼까요? 아주 그냥 푹 끓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