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드름을 보호하라

by 눈항아리

달복이 얼굴에 여드름이 났다. 3학년 복실이도 나는 여드름인데 달복이는 여태껏 소식이 없었다. 5학년 달복이도 드디어 여드름이 하나 올라왔다.

커다란 여드름은 자리를 잘 잡았다. 오른쪽 코 옆자리 콧볼 끝자락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바보 영구의 얼굴에 까만 점, 코 옆에 난 바로 그 자리다. 하루하루 영글어가는 여드름을 보며 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커져만 갔다. 나만 그런 걸까? 왜 아이들 얼굴에 난 커다란 여드름을 짜주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다. 보기만 해도 손이 근질근질하다. 그냥 한 번 만져보며 그 뿌리를 느껴보고 싶다. 톡 터지는 그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큰 아이 복동이의 얼굴에 처음 여드름이 날 때는 거짓말을 하며 여드름을 짜줬다.

‘복동아 그거 점 된다. 그전에 짜줘야 해. 피지가 막힌 거거든. 막힌 건 뚫어줘야 해.’

어이없는 거짓말로 아이의 얼굴을 벌집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 첫째의 모습을 보고 자란 둘째는 결코 자신의 얼굴을 엄마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는 셋째 달복이가 나의 희망이다. 그런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아이들이 영특해진다. 형들의 모습을 보며 학습이 되기도 했고 늦은 여드름의 발현으로 친구들, 학교에서 주워들은 것도 많았다.

“달복아, 엄마 한 번만 만져보자. 만져만 볼게. 응?”

“안 돼. 여드름 손으로 건들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고 했단 말이야.”

“안 짜, 그냥 만져만 볼게, 얼마나 큰가.”

“안 돼. 그러면서 짤 거잖아.”

‘어떻게 알았을까. 흑흑.’

달복이의 철벽 방어 때문에 노랗게 여물어가는 여드름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내 마음만 타들어 갔다. 그리하여 하는 수없이 여드름 밴드로 방어를 했다. 아이의 여드름을 세균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여드름을 엄마의 손과 마음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함이다. 손톱만 한 동그라미 방어막, 여드름 밴드를 아이의 코 옆에 붙여줬다. 아름답고 아쉬운 달복이의 첫 여드름과의 결별이었다. 여드름이 안 보이니 내 마음이 안정되었다.

반나절 패치를 붙이고 저녁이 되어 떼었다. 이런, 여드름이 세 개가 되었다. 하얗고 노란 여드름 이 세 개 영글어 간다. 아~~ 참아야 한다. 다음날 또 하나의 패치를 붙이고 저녁에 떼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이는 피떡이 되어 돌아왔다.

“맞았어? ”

“아니.”

“코피 났어? ”

“아니. ”

“그럼 왜 그래? ”

“그냥 있는데 터졌어. 세 번 연속으로 터졌어.”

콧볼 옆에 말라붙은 피딱지가 붙어 있었다. 얼굴은 멀쩡했으나 하얀 윗옷은 그렇지 못했다. 코피를 뚝뚝 흘린 것처럼 하얀 옷에 검붉은 피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코피 난 것 같은데? ”

“아니야. 그냥 닦아서 그래. ”

‘어떻게 닦았는데 하얀 티셔츠 배와 가슴에 피범벅이 되어 있는 것일까. ’

남자 아기들은 흐르는 코를 닦을 때 가끔, 아니 자주, 늘, 항상 옷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오랜 옛날 코흘리개 어린이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우리 5학년 달복이는 아직 코 닦을 때 옷을 이용하나 보다. 아니다. 피가 나는데 닦을 것이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옷을 이용한 것으로 하자.

그렇게 달복이의 첫 여드름은 아름답게 가라앉았다. 세균의 감염으로부터 안전하게 하얀 옷에 흔적을 남기고 완벽하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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