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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르다

by 눈항아리

퇴근했다. 마당 중앙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 눈사람이다. 눈사람 나이 1일 차였다.


엄마
우리 집 눈사람은 예의 바르지요?


엄마
눈사람이 인사도 잘해요!


꼬마들은 저희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보며 한 마디씩 한다. 가만 보니 정말 눈사람 녀석 열심히 일하고 왔냐며 인사를 해준다. 꼬마 둘은 눈사람 주변을 돌며 꼼꼼히 살핀다. 눈사람이 허리를 구부리고 있으니 신기한가 보다. 그러다 허리가 똑 부러질까 걱정이 되는 게다.


눈사람 나이 2일

퇴근길 마당을 지키고 선 눈사람은 다행히 안 녹았다. 여전히 불편한 자세로 인사를 한다. 다시 굵어지는 눈발에 아이들은 눈사람 하나를 더 만들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내일 학교 가야 해서 안 된다 말렸다.


눈이 또 내렸다.

밤 사이 눈이 더 왔다.

왜 산 아래 우리 집은 눈이 더 많이 오는 걸까?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며

아이들은 학교에 왜 가야하냐며 하소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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