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 미행 사건
초등 3학년 복실이는 보행 독립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뒤를 밟아 봅니다. 처음 혼자 걷는 길이 걱정됩니다. 가게 앞, 신호등이 없는 두 번째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제 몸은 벌써 학교 앞 공원에 와 있습니다.
오늘 복실이는 피아노 학원에서 미술 학원으로 걸어갑니다. 오매불망 아이가 지나가길 숨어서 기다립니다. 춥습니다. 학원으로 전화를 하니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답니다. 얼른 내보내달라 선생님께 부탁했습니다. 조금 있으려니 복실이가 보입니다. 까만 패딩을 입고 보라색 가방을 멘 우리 복실이가 확실합니다. 그런데 신호등이 있는 첫 번째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돌아갑니다. 뭘 놔두고 온 걸까요?
잠시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친구 핸드폰, 나 복실이. 길을 모르겠어요.”
이런! 거꾸로 오는 연습을 안 해서 그런 걸까요?
“복실아 신호등은 건너 봤잖아. 신호등 건너서 인도로 쭉 걸어오면 돼. 얼른 와. 엄마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이는 올까요? 옵니다. 혼자 말고 친구와 함께 옵니다. 저는 나무 뒤로 숨었습니다. 아이가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갑니다. 곧 저도 공원을 벗어나 복실이의 뒤를 밟습니다. 복실이의 친구는 아파트 쪽문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복실이 혼자 걸어갑니다. 스무 걸음 뒤에서 쫓아가다 빠른 걸음으로 따라잡았습니다. 코너를 돌면 아이를 눈앞에서 잃을 것 같습니다. 잽싸게 따라잡았습니다. 그러던 찰나 복실이가 뒤를 돌아봅니다. 알아챈 것 같은데 얼른 다른 길로 빠져서 마구 뛰었습니다. 복실이의 걸음을 따라잡아 지름길로 마구 뛰었지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숨을 몰아쉬며 아이를 기다립니다.
복실이가 뛰어와 안깁니다.
“엄마 다 봤어! ”
“엄마 아니거든!”
아이의 뒤를 밟았습니다. 복실이에게 딱 걸렸습니다. 그런데 학교 앞에서부터 엄마가 따라붙었다는 사실을 복실이는 모릅니다.
아이의 보행 독립을 연습합니다.
인도가 있어 다행입니다.
신호등이 있어 다행입니다.
횡단보도가 있어 다행입니다.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달리는 차는 천천히,
그리고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서 잠시 멈춰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