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사진이 없다. 사진만 못 찍은 것이 아니다. 빨래를 안 갰다.
퇴근 후 운동 생각이 먼저 났다. 자전거를 타고나서야 빨래 생각이 났다. 시간은 이미 12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빨래는 두 무더기. 건조기에 돌아가는 빨래까지 합하면 모두 세 무더기. 오늘 밤 퇴근 후에는 세 무더기의 빨래를 개야 한다.
잠시 잊었다고 빨래산이 쌓였다.
깜깜한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거실에 나왔다. 덩치만 한 누군가 소파에 두 다리 쭉 뻗고 누워있었다. 깜짝 놀랐다. 빨래야 밤새 잘 잤느냐?
‘익숙해졌다’ 자만 말자.
‘할 수 있다’ 장담 말라.
잊지 말자 빨래산!
처음 시작 그 마음!
처음처럼 파이팅!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빨래란 너는.
마음으로부터 잠시 멀어져 빨래를 못 갰지만, 마음이 무겁거나 쌓인 빨래가 예전처럼 부담스럽지 않은 건 왜 인지 모르겠다. 빨래와 나,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가 되어가고 있나 보다.
새벽의 거실에 앉아 홀로 빨래를 갤 것인가 말 것인가 잠시 고민해 보았다.
아침에는 아침의 일이 있다. 미뤄진 일은 퇴근 후 정해진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더불어 손이 빨라진 가족의 도움을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라는 사람은 은근 바라는 것이 많다.
미루기 대장, 바라기 대장 오늘도 파이팅!